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작은 폭행사건은 석 달 만에 눈덩이가 됐다.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범죄의 줄기가 사회 구석구석의 어두운 부분을 들춰내고 있다. 한 사건에 이렇게 많은 이슈가 겹겹이 포개진 경우는 흔치 않다. 마약 사건인데 ‘물뽕’을 이용한 성범죄와 맞물려 여성의 안전과 성적 대상화 문제로 확대됐다. 업소와 경찰의 고질적인 유착 의혹이 불거졌고 이는 자치경찰제 도입의 타당성 문제로 비화됐다. 이 클럽에 출입하던 미성년자가 하룻밤에 2000만원어치 술을 마시며 놀다 적발된 사실이 알려지자 상상을 넘어서는 부유층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클럽 사내이사였던 연예인의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초대형 연예기획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통상적인 수사와 처벌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는 지경에 왔다. 이 사건은 암 덩어리처럼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부조리를 한꺼번에 수면 위로 드러냈다. 차근차근 바로잡아가야 한다.

서울경찰청은 마약 혐의로 클럽 직원과 손님 10여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공동대표를 소환해 경찰에 대한 뇌물 혐의도 조사했다. 유착 의혹 관련자 20여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도 했다. 경찰의 설명처럼 현 단계에서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사안은 마약과 유착 문제인데,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갈 길이 멀다. 마약 수사는 투약과 유통을 밝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마약을 이용한 성폭행 등 2차 범죄를 찾아내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투약자 몇 명 잡는 걸로는 클럽이란 간판 아래 버젓이 자행돼온 반인권적 행태를 근절할 수 없다. 업소와 경찰의 뒷거래 수사는 조직의 사활을 걸어야 할 일이다. 아직도 매수와 비호가 이뤄진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허탈해 하며 버닝썬뿐이겠느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경찰의 역할을 강화해 가는 터에 조직 내부 비리를 어물쩍 넘어간다면 국민은 결코 중책을 맡겨주지 않을 것이다. 특별팀이라도 꾸려 대대적인 감찰에 나설 때다.

클럽도 하나의 문화여서 당국의 지나친 간섭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 싹트는 일탈은 사회가 자정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부유층과 유명인의 부조리는 사회적 시선으로 제어해야 하고, 특히 이렇게 수면 위로 나왔을 때 예민한 관심이 필요하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