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공공디자인 저변을 넓히기 위해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 중이다. 지난해 공모사업지원단이 선정 기업 프로젝트 수행 과정의 중간단계에서 함께 모여 기업 관계자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공공디자인 사업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전문기업 육성을 추진 중이다. 특히 공공 영역 진입장벽이 높아 쉽게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웠던 스타트업을 양성하고 멘토링하는 사업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한다.

공공디자인은 공공 영역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도심 속 쓰레기통을 어디에, 어떻게 설치하느냐의 문제부터 임산부 자리 양보를 위한 지정좌석 시트까지 공공디자인의 종류는 퍽 다양하다.

과거 공공디자인은 설치물을 만들거나 공간을 디자인하는 하드웨어 분야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점차 그 활용 분야가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는 도구가 되거나 지역사회에 활기를 더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처럼 무형의 가치에도 공공디자인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공공디자인이 보다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디자인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을 추진하며 ‘내 이웃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디자인’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4개 기업을 선발했다.

지난해 서울시 공공디자인 육성 기업으로 선정됐던 플리웍스 최경일 대표가 결과물을 내놓은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최현규 기자

그중 하나인 서울 동대문구 플리웍스 사무실을 지난달 27일 찾았다. 최경일(36) 대표는 2017년 브랜딩을 하는 디자인 회사를 차린 ‘1인 기업’ 대표로 출발했다. 최 대표는 이날 지난해 서울시 공모 사업을 통해 만든 제작물인 ‘새로 온 그대, 반가워요’라는 툴키트를 소개했다. 기존에 ‘공공디자인’하면 떠오르는 선입견 대신 반짝이는 녹색 글씨로 적힌 문구가 빛났다. 돈을 주고 파는 상품이라고 해도 손이 갈 정도로 트렌디하면서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상자 안에는 무지개떡 모양의 자석과 생활 정보를 담은 카드가 들어 있었다. 또 이 툴키트를 보관할 수 있도록 나무로 직접 조립해 만드는 보관함도 들어 있었다. 단순한 기념품처럼 보이지만 이 상자 안 구성품들은 이웃 간 소통 부족으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공공디자인 결과물이다.

지난해 서울시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됐던 플리웍스는 곧바로 디자인 작업을 거치지 않고 문제 분석과 리서치 과정을 거쳤다. 지역 내 쓰레기 무단투기, 주차문제, 층간소음 등의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웃 간 소통이 부족해 생겨나는 오해들이 어쩌면 전·월세 이주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정주 가정과 겪게 되는 갈등이라는 가설을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신혜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연구팀이 함께 참여해 지역사회 갈등 요소와 공공디자인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플리웍스가 사업 결과물로 선보인 ‘새로온 그대, 반가워요’ 툴키트다. 플리웍스 제공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무지개떡 자석이었다. 과거에는 이사를 오면 이웃 집에 떡을 나눠주는 문화가 있었지만 요새는 사라져 보기 힘든 문화가 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직접 떡을 돌려 나눠주기 어렵다면 대신 무지개떡 모양 자석에 ‘302호 이사왔어요. 다음에 만나면 인사드릴게요’라는 식의 정겨운 메모를 노끈에 걸어 이웃 집 문에 붙여놓는 방법이다. 또 새로 전입 온 동네의 쓰레기 수거 방식이나 견인보관소 등의 주차 정보처럼 이웃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정보들을 카드에 적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했다.

결과물이 뚝딱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공모사업지원단의 송곳 질문들을 받으며 프로젝트를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11월 13일 열린 중간공유회에서는 사업단이 3개 팀에 대한 중간평가를 열고 프로젝트 수정 사항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영범 경기대 교수를 단장으로 사업단은 디자인 기획과 홍보분야 전문가로 구성됐다. 스타트업들이 개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들의 멘토링을 받기란 쉽지 않다. 서울시는 단순히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만을 공모한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최 대표는 “공공디자인 영역에서 공공입찰에 참여하려면 수주 규모나 실적이 중요한데, 스타트업들에는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서울시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전문가 컨설팅을 받고 사회 초년의 기업이 배워야 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플리웍스 외에도 새터민 학생과 남측 학생의 소통 문제 해결을 위한 기록물을 제작한 ‘어반 콜렉티브’, 생활쓰레기 배출 안내 프로젝트를 수행한 ‘도시의사’, 강서구 송정동 공실을 매개로 참여 디자인을 제안한 ‘틔움’ 등이 선정됐다.


서울시는 올해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사회이슈를 디자인적 측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공공디자인 사업모델을 공모한다. 안전이나 아동, 공동체, 복지, 환경, 위생 등 지역사회 이슈 전 분야에 걸쳐 공공디자인이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내고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 아이디어 공모가 제안 단계에서 그치던 점을 보완해 직접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컨설팅도 제공한다.

4개 기업을 선정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1억5000만원을 투입해 10개 기업을 선정한다. 다음 달 5일까지 스타트업 공공디자인 기업의 공모 접수를 받는다. 대상은 스타트업 공공디자인 기업으로 사업자등록일로부터 3년 이내의 기업이다.

올해부터는 대행업체를 빼고 서울시가 직접 운영해 실질적인 기업 지원 방안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자문위원회와 공공디자이너들의 전문적 경험을 이들 기업에 접목할 수 있도록 사업추진 단계별 전문가 컨설팅도 강화한다. 사업 추진 기간 중 4회의 보고회를 개최해 전문가들이 프로젝트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수시 멘토링을 통해 현장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들의 문제 해결을 돕는다. 또 지역 현안을 다루는 만큼 관련부서(자치구) 및 주민협의체와의 논의도 지속적으로 진행해 단순히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 해법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박숙희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스타트업 공공디자인 전문기업 육성사업이 지역의 숨은 문제를 해결하고 참가 스타트업 기업들에는 향후 디자인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