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죄를 범한다 해도 의도가 순수하다면 주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없습니다.”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보불전쟁(1870~1871)을 배경으로 한 기 드 모파상의 소설 ‘비곗덩어리’에서 신심 깊은 수녀가 프로이센군의 군홧발을 피하고자 마차로 탈출하면서 일행을 향해 한 말이다. ‘의도가 순수한 죄는 죄가 없다’는 메시지다. 늙고 박색인 수녀는 젊고 예쁜 수녀를 데리고 르아브르의 자국 부상 군인을 간호하기 위해 탈출하는 거라고 유독 강조한다. 탈출 마차 안에는 세 쌍의 부부와 코르뉘데라는 공화주의자, 손가락이 소시지와 같은 데다 키가 작고 뚱뚱한 창녀 엘리자베스 루세가 함께 타고 있다. 그들은 포위된 도시 루앙을 떠나 르아브르를 통해 영국으로 가고 싶어 한다.

세 쌍은 보수당 대표 브레빌 백작, 공장주이며 도의회 의원인 라마동, 포도주상 루아조 부부였다. 허위와 위선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다. 지식인 코르뉘데는 일말의 양심이 있으나 실은 비열한 출세주의자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동행 인물 루세를 한눈에 천박한 여인으로 규정짓고 ‘비곗덩어리’라고 칭한다. 그러나 루세는 그들이 준비 못한 음식을 내놓고 진심으로 권한다. 체면 불고하고 아귀 같이 먹는 그들이다. 한데 며칠에 걸친 탈출 중 여인숙에 머물 때 그들은 프로이센 장교의 포로 아닌 포로가 된다. 장교는 루세와의 잠자리를 요구하고 그녀는 단호히 거절한다. 앞서 코르뉘데가 루세를 유혹하다 거절당하고 세 부부는 그걸 약점 잡아 공격의 빌미로 삼는다.

각 계급을 상징하는 인물들은 적국 장교의 요구에 처음엔 애국심으로 흥분한다. 하지만 장교는 루세가 말을 듣지 않자 일행 모두를 억류한다. 그 과정에서 일행은 루세를 회유하고 다그치고 협박한다. 버티던 루세가 마음을 바꾼 결정적 동기는 수녀의 교묘한 설득이었다. 수녀들은 루세에게 “죄 자체로는 비난받을 일이라도 왜 그랬느냐에 대해선 찬양받을 일”이라고 설득해 장교에게 제물로 바친다. 그리고 루세의 헌신으로 일행이 탈출 마차에 오를 수 있었다. 루세가 마지막으로 마차에 올라타자 코르뉘데를 제외한 모두가 불결한 여인이라며 외면한다.

이들의 탈출 이후를 상상해 본다. 단죄되었을까, 면죄부를 받아 여전히 떵떵거리며 사는 비곗덩어리들이 됐을까. 기독교인 등 종교인이 중심이 되어 일제에 저항했던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전정희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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