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핵 해법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북핵 접근법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이가 자칫 한·미 동맹의 균열까지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압박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라고 아주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최대 압박은 김정은에게 큰 충격을 안길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들이 북한을 더 압박하도록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후화된 영변 핵시설만의 폐기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북핵 시설을 사찰한 적이 있는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해도 핵 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5일 보도했다.

미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연일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 달라”며 “판문점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 협력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을 복원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북·미 중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명확한 북핵 폐기 원칙과 냉철한 국제관계 이해를 전제로 해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언행은 미국을 압박하면서 북한에 우호적인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제재의 틀 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남북 협력사업 추진을 지시한 것이나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이뤄지면 북한 비핵화가 불가역적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한 것은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판단이다. 이런 접근 방법은 역효과를 낼 뿐 아니라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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