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악화와 양극화로 체감 안 돼… 구조개혁 없이는 일본처럼 장기불황 빠져 3만달러 선에서 고착될 수 있어

선진국과 비선진국을 가르는 주요한 기준이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여부다. 그렇지만 이 조건을 충족하는 상당수 국가는 인구가 1000만명도 안 된다. 스위스(810만명) 홍콩(720만명) 스웨덴(957만명) 등이다. 한 단계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게 ‘30-50클럽’이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가 5000만명이 넘는 나라다.

한국의 지난해 1인당 GNI가 달러화 기준으로 3만1349달러로 집계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에 이어 ‘30-50클럽’에도 가입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 1인당 소득 3만 달러 진입에는 환율 덕을 본 측면이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기업의 수출경쟁력 제고를 노려 한국과 중국 등의 통화가치 상승을 압박해 왔다. 1인당 GNI에는 가계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소득이 포함된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 재정이 크게 늘어나 정부 소득 증가의 덕을 톡톡히 봤을 것이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 국민들에게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여전히 먼 나라 일로 들린다. 체감 경제와 밀접한 고용 시장은 얼어붙어 있고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일본은 22년째 1인당 소득 3만 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년 장기불황 탓이다. 독일도 막대한 통일 비용과 과도한 복지, 높은 실업률 등으로 1998년 다시 3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6년 후인 지난 2004년에야 다시 3만 달러를 회복했다. 그러나 독일은 2007년 일본을 추월해 1인당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비결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정치 생명의 단축을 감수하고 밀어붙인 ‘어젠다 2010’ 구조개혁이었다. 노동유연성을 높이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내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골자였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구조개혁이라는 말은 한국에서 금기어처럼 됐다. 구조개혁 추진은커녕 소득주도성장의 폐해가 명확해졌는데도 정부는 ‘정책기조 전환은 없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4일에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추면서 수출 침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을 주요한 원인으로 들었다. 매년 되풀이되는 추가경정예산 투입 등 확대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도 얼마 뒤엔 성장잠재력 하락으로 돌아올 것이다. ‘30-50클럽’ 가입에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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