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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 소재로 국가폭력에 매인 개인의 고통을 생생히 묘사

서지혜 연출 창작극 ‘고독한 목욕’


국가폭력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감각적으로 조명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1960~1970년대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안정민 작가의 ‘고독한 목욕’(사진)이 8일부터 서울 용산구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선보인다.

극 속 송씨 아들(남동진)은 인혁당 사건에 연루돼 간첩으로 몰려 죽음을 맞은 아버지를 회상하며 자신을 욕조 안에 가둔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며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끊임없이 오간다.

사실의 정확한 전달과 고발보다는 아픈 과거사에 매인 개인의 고통을 생생히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 연극이다. 사회의 모순을 파고드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떠오르는 연출가로 자리매김한 서지혜 연출가는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사실과 허구의 적절한 접점을 찾으려 많은 고민을 했다. 세월이 흘러도 괴로워하는 아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고통과 그 아픔을 겪는 지점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목욕탕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서사를 풀어나간다는 점이 독특하다. 따뜻한 물이 가득 차 있는 욕조는 고문의 이미지를 환기하면서도, 주인공의 상처를 품어주는 내밀하고 사적인 치유의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 연출가는 “아픈 기억의 공간에 갇힌 주인공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감옥 같은 어두운 무대와 공간성을 살린 사운드 등을 구현하는 데 신경을 쏟고 있다”고 덧댔다.

극은 국립극단이 차세대 극작가를 알리고, 시의성이 담긴 창작극을 발굴해 내보이는 ‘젊은극작가전’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작품이다. 서 연출가는 “1시간20분간 고통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밝은 연극은 아니지만 가족 사이의 사랑도 묻어있고, 레드 콤플렉스를 비롯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의 논리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연은 24일까지.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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