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전·현직 고위 법관 10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66명의 비위 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양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사법처리한 데 이어 이번 조치로 지난해 6월부터 이어져 온 사법농단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이 밝힌 혐의 내용들에는 법관들이 정치권력과 결탁해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재판 기밀을 유출해 온 정황들이 담겨 있다.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사법농단에 버젓이 가담한 것이다. 사실이라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송두리째 허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국민에게 사과한 뒤 “기소와 비위 통보 내용을 확인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빈말이 되지 않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사법부로서는 치욕스러운 상황이지만 자초한 일이다. 책임을 회피할 게 아니라 철저한 자기반성과 단죄, 개혁을 통해 사법 신뢰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법 앞에서는 법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기소된 14명의 전·현직 법관들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재판하고, 비위가 통보된 법관들은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엄중 징계해야 한다. 그것이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검찰 수사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재판 청탁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을 내버려 둔다면 반쪽짜리 수사일 뿐이다. 검찰은 이번에 기소된 한 법관의 혐의와 관련, 2016년 10~11월 국민의당 한 국회의원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선숙·김수민 의원과 당직자의 재판 및 보석 허가 여부 등에 대한 재판부 의중을 파악해 알려줬다고 적시했다. 직위를 악용해 재판 정보를 미리 빼낸 행위도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엄연한 사법방해 행위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과 노철래·이군현 전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도 수사과정에서 드러났지만 검찰은 손을 놓고 있다. 철저히 수사해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사법 처리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사법부와 정치권력 간의 은밀한 재판 거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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