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마스크라도 무상 지급하라.” 미세먼지에 숨을 쉬기 힘든 날이 계속되면서 이런 말까지 나오고 있다. 도무지 체감할 수 없는 대책, 해법을 찾지 못하는 정부를 향해 먼지를 막지 못하겠으면 마스크라도 내놓으라고 자조 섞인 주문을 한다. 미세먼지 공포가 점차 분노로 바뀌는 건 해마다 반복되며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겨울의 ‘삼한사미’는 일상용어가 됐고 봄은 신록이 아닌 먼지의 계절로 굳어졌다. 미세먼지의 공습이란 표현은 더 이상 적절치 않다. 지금 한반도를 뒤덮은 먼지는 습격하듯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니라 이맘때면 올 거라고 충분히 예고된 터였다. 뻔히 보이는 재난에 국민은 번번이 당하고 정부는 매번 뒷북 대책을 내놓는데 그마저 추진 속도가 느려 터졌다. 이번에도 대책이 나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

대통령은 중국과의 공동 예보 및 인공강우,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미세먼지 추경 등 크게 세 가지를 언급했다. 중국과 공조하겠다는 말을 정부는 작년에도 했고 재작년에도 했다. 다시 하는 건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추경 예산은 공기정화기 지원과 국제 공조에 쓴다는데 국회 관문을 넘어야 한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석탄발전소였다. 이미 2022년까지 폐쇄키로 한 6기를 더 앞당겨 닫으려는 듯하다. 석탄발전은 경유차와 함께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대 주범으로 꼽힌다. 유엔도 최근 보고서에서 석탄발전 중단을 대기오염의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탈석탄은 탈원전보다 훨씬 시급한 에너지 정책이 됐다.

이런 방향을 토대로 대책을 수립할 이들에게 서왕진 서울연구원장과 회의를 해보길 권한다. 미세먼지 연구를 진행해온 그는 ‘미세먼지 시즌제’를 제안했고 석탄발전과 경유차에 대한 획기적 조치를 강조했다. 내일 미세먼지가 예보돼 하루짜리 비상저감조치를 해봤자 체감 효과는 거의 없으니 겨울부터 봄까지 미세먼지 시즌에 지속적으로 저감조치를 하자고 주장한다. 석탄발전은 정부가 ‘눈을 질끈 감고’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경유차는 없애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찔끔찔끔 수위를 높여 온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효용이 없었다. 파격적인 대응책을 찾자는 제안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정부는 5일 차관회의에서 당장 시행할 조치를 마련했다. 주로 물청소를 열심히 하겠다는 거여서 호흡기로 느낄 만한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올봄의 먼지는 어쩔 수 없이 마시겠지만 미래의 먼지를 잡는 데 또 실패한다면 국민은 정부의 무능을 탓할 것이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