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곰탕집, 주일엔 예배당… “맛도 신앙도 진해요”

‘일터사역’으로 목회 자립 일군 선정기 세종 선한목자교회 목사

선정기 선한목자교회 목사가 7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곰탕집에서 음식을 나르며 환히 웃고 있다. 이 곰탕집은 주일이면 예배당으로 변한다. 왼쪽부터 교회 성도 이미경, 이희순 사모, 선 목사, 이희남씨.

세종시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곰탕집이 있다. 목회경력 10년 차인 선정기(54) 목사가 운영하는 ‘행복한 곰탕’이다. 7일 이 곰탕집을 방문했을 때 선 목사는 육수를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곰탕을 끓이는 도중 주문을 받고 손님들과 살가운 대화를 나눴다. “사장님이 목사님이라면서요? 제가 고민이 좀 있는데요.” “네~ 그러시군요. 예수님을 만나면 마음이 평안해지실 겁니다.”

행복한 곰탕집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장사한다. 주일엔 곰탕집이 ‘선한목자교회’로 바뀐다. 테이블은 강대상이 되고 메뉴판은 뒤집어 빔프로젝터가 된다. 매 주일 20~30명이 예배를 드린다. 나라와 민족,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한다. 예배 후 곰탕을 먹는 것은 덤이다.

선 목사는 “식당을 하니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전도에 효과적”이라며 “손님과 종업원들에게 직접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교적 측면에서 유익이 많다는 것이다.

원래 선 목사는 요리사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대신 요리학원에 다녔다. 한식2급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식당에 취직했다. 군(軍) 보직도 주로 취사병이었다. 제대 후 한식당에서 일했다. 20대 후반에 한식당을 개업하기도 했다. 돈 많이 벌어 선교하는 게 꿈이었다. 신학교에 들어간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섭리고 은혜였다.

대전신학대와 서울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10년 대전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꿈에 그리던 목회를 한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컸지만 개척교회 목회는 어려웠다. 힘들게 전도한 이들이 다른 교회로 떠나버릴 때는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정자립이 요원해진다는 사실이 어깨를 짓눌렀다.

선정기 목사와 성도들이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선한목자교회 제공

“열심히 목회했습니다. 하지만 사례비는 고사하고 교회 유지도 쉽지 않았어요. 교회와 사택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점점 힘이 빠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도움을 받지 않고 목회를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때 신학교 이사장을 지낸 분이 요리사 출신이니 그 기술을 가지고 목회를 해보라고 조언을 하셨어요. 곰탕 육수 내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곰탕집을 개업할 수 있었고요.”

물론 처음엔 고전했다. 세종청사와 걸어서 1~2분 거리에 있었지만 10개월간 손님이 없었다. 그러다 ‘푹’ 우려낸 육수가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후추 소금과 함께 인공조미료(MSG)를 식탁 위에 놓았다. MSG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담담하고 정직하게 끓여내는 곰탕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방송 등에도 소개됐다. 점심시간이면 인근 공무원과 회사원들로 북적인다. 연 매출이 5억원을 웃돈다. 대전 유성에 2호점도 냈다.

“한 번 육수를 낼 때 130㎏ 정도 되는 사골을 사용하는데 천일염을 한주먹 정도 넣어주면 잡내가 사라집니다. 지름이 1m 넘는 거대한 가마솥을 사용하는데 1시간 끓인 후 나온 국물은 모두 버리고, 이후 다시 물을 넣고 약 40시간을 끓여내는 정성을 들여야 곰탕 육수가 만들어집니다. 우리 신앙도 곰탕의 진한 국물처럼 진득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선 목사는 일터사역자다. 하지만 돈 버는 식당에서 교회를 한다고 빈정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전혀 개의치 않는다. 사도 바울이 천막을 만들며 선교했듯 직업을 따로 갖고 자비량으로 서비스 목회를 하는 것이 그의 꿈이자 소망이다.

“제가 아는 목사님은 건설현장에서 막노동합니다. 또 대리운전을 하기도 합니다. 혹자는 무능한 목사라고 폄하합니다. 과연 그들이 무능해서 그렇게 살고 있을까요. 한 주 내내 일터에 나가고 교회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니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교회는 부흥 안 되고 건강은 건강대로 나빠지고 더 심각한 문제는 자기는 무능한 목사라는 자신감 상실입니다.”

곰탕 육수를 끓이고 있는 선 목사. 선한목자교회 제공

그는 개척·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 곰탕제조 기술을 알려주기도 한다. 현재 몇몇 목회자들이 곰탕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일터사역을 원한다면 식당을 열 수 있도록 체인점도 내 줄 계획이다.

선 목사는 하나님께 영광 돌릴 일만 생각한다. 그의 기도제목은 ‘교만하지 않게, 힘든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기분 좋아지는 목회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구제활동에 열심이다. 식당경영을 통해 얻는 수익금으로 개척·미자립교회, 홀로된 사모를 돕고 있다. 탄자니아 선교사도 돕는다. 올해부턴 어려운 탈북민들도 도울 예정이다.

선 목사는 하나님의 몸 된 교회를 계속 세워나갈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행복한 곰탕집의 표어가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마태복음 6장 33절 말씀”이라며 “열심히 일하고 목회하면 행복한 곰탕집도 멋진 교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세종=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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