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 기준 ‘30-50클럽’ 가입했지만 소득양극화 심화·사회안전망 부실로 대다수 국민들은 체감 못해
경제·분배 구조, 사회 시스템, 재정 우선순위 혁신적으로 개선해 지속가능하고 함께 잘사는 시대 열어야


한국은행이 지난주 잠정 집계한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349달러다. 작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100.3원이었으니 우리 돈으로는 약 3450만원이다. 우린 2006년(2만795달러) 2만 달러를 넘어선 지 12년 만에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30개국 남짓이다. 인구가 5000만명 이상으로, 경제 규모가 상위권인 나라들 중에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와 한국뿐이다. 경제적 측면만 놓고 보면 우리도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와 분단 상황을 딛고 이뤄낸 성과라 더 값지다.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웬걸, 축배의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살기가 힘들다’ ‘앞날이 더 걱정이다’는 불만과 걱정이 가득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우리의 성취를 부러워하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 우리가 너무 비관적인 걸까.

외형적 지표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유가 보인다.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을 구가했지만 그 과정에서 놓친 것들이 적지 않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부유해졌지만 그 열매가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다. 굶주림이란 절대 빈곤은 사라졌지만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오히려 상대적 빈곤층은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으로 전년 4분기(150만5000원)보다 26만7000원(17.7%) 줄었다. 4분기 연속 줄어 6년 전인 2012년(127만1000원) 수준으로 뒷걸음질했다. 소득이 4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하위 40% 가구도 마찬가지.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32만4000원으로 전년 4분기(845만원)보다 87만5000원(10.4%)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연금소득 등 공적이전소득을 더하고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공적이전지출을 뺀 소득)은 상위 20%가 하위 20%의 5.47배였다.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격차가 가장 컸다.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9년 28.1%였으나 2016년 43.2%로 늘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저소득층은 더 가난해지고, 고소득층은 더 잘사는 소득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심화되는 걸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게다가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꿈은 갈수록 가물가물하다. 집이 있어도 빚으로 산 경우가 많아 원금과 이자 갚고 나면 실속이 없다.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도 서민들로서는 감당하기 벅차다. 소득은 찔끔 늘고 세금, 공과금, 각종 사회보험료, 대출 이자 등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불어나니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은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이는 사회를 지탱해 온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졌다. 1989년 갤럽조사에서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답한 비율이 75%였지만 최근 다른 조사에서는 48.7%로 떨어졌다.

살림살이도 어려운데 노동시간은 왜 이렇게 긴지. 지난해 상용직 5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1986시간이다. 처음으로 2000시간 아래로 내려왔다. 그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63시간(2016년)과 비교하면 223시간 길다.

사회안전망은 선진국들에 비하면 초라하다. 출생-영·유아-초등-청소년-청년-중장년-노년으로 이어지는 인생 주기마다 많은 돈이 필요한데 우리는 가족끼리 알아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사회다.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필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7개국의 3만 달러 도달 시 분배·사회복지 지표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대적 빈곤율이 17.4%였다. 7개국 평균(11.8%)보다 월등히 높았다. 실업급여 순소득대체율(실직 후 5년 평균)은 10.1%(2014년)로 평균(25.2%)에 한참 못 미쳤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평균(20.7%)의 절반 수준인 11.1%에 불과했다.

실상이 이러니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빛 좋은 개살구다. 이래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불만이 터져 나오고 갈등이 폭발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설령 언젠가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연다 해도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그저 남의 집 잔치일 뿐이다.

지속가능한 성장, 함께 잘사는 시대가 가능하려면 지금의 경제·분배 구조, 사회 시스템, 재정투입 우선순위를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소득양극화를 완화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게 큰 방향이다. 많은 비용이 들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를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려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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