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9일 문재인 케어 발표 이후 의료비 부담이 감소하며 ‘메디컬푸어’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이 의료비에서 가장 많은 부담을 갖는 ‘신약’을 비롯한 의약품에 있어서는 여전히 보장성강화 정책의 진행이 더뎌 환자와 의료진 모두 조속한 급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유일하게 신약 관련 정책 변화는 기준비급여(선택급여) 외에는 없는 실정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등재비급여(허가 이후 급여가 안 된 의약품) 계획이나 정책을 2018년 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2018년 중순, 다시 2018년 말이나 2019년 초에 발표하겠다며 미뤄왔다. 특히 올해 초 관련 정책 초안이 발표돼도 실제 환자에게 적용가능한 시기는 1~2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올해 연두 보고에서 정책의 윤곽이 나올까 환자나 의료진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항암신약의 경우 급여 비율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지만 여전히 허가 후 급여까지 소요되는 평균 2년여의 비급여 기간 일명 ‘씽크홀 기간’에 환자는 메디컬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중증질환 치료제 경제성평가 결과값 수용범위 상향(’13년), 위험분담제도 (’14년), 허가-평가 연계제도(’14년), 경제성평가 면제제도(’15년) 시행 등 보험약가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약사의 건강보험 급여 신청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적정성평가는 평균 약 185일(6개월)이 소요되며,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간 약가협상 및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에 평균 약 78일(2.5개월)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신약의 건강보험 평균 급여율(2016~2017년)은 ▲항암제 90%(허가에서 신청 228일, 심평원 평가 252일, 공단협상 및 건정심 101일) ▲희귀질환치료제 85%(허가에서 신청 172일, 심평원 평가 164일, 공단협상 및 건정심 75일) ▲일반 84%(허가에서 신청 149일, 심평원 평가 164일, 공단협상 및 건정심 69일) 등으로 평균 86% 수준이다.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KCCA)이 발표한 2018년 항암제 급여율은 76%(2015년 29%, 2017년 67%)이다.

항암제의 급여율은 그나마 높지만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우, 희귀질환 종류의 5%에 불과한데 어렵게 개발된 치료제조차 급여율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항암제에 비교해 급여를 해주는 기간도 상당히 늦다. 이에 환자단체와 의료진은 신약 등 새로운 치료제의 접근성 확대를 위한 해결방안으로 ‘신속등재제도’ 도입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신속등재는 허가와 동시에 급여를 해주고 기존 평가시스템에서 걸리는 씽크홀 기간 동안 환자들은 급여를 받으며, 최종 가격이 타결되면 차액만큼 제약사에서 환불 받는 개념이다.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 무리 없이 비급여 기간 환자들의 가계파탄을 막을 수 있는 윈-윈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약계 관계자는 “3년 전부터 나온 재정중립적 대안에 대해 복지부는 논의도 안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신약의 혜택을 빨리 받으려면 그 만큼 가격이 올라가야 하는 현재의 제도상의 구조적인 한계를 가격인상 없이 재정중립적으로 급여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절충안(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제도는 급여와 가격을 동시에 결정하는데 이 신속급여 대안은 빨리 해주면 가격이 높아지고, 가격을 낮추려면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상관관계를 끊어버릴 수 있다”라며 “이는 다양한 경로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원하는 제약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따른 환자보호방안도 계약에 들어가기에 앞서 고려해서 타협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도 손 놓고 마냥 기다리지만 말고 위험분담제에 했던 것처럼 시범운영(pilot)을 해서 보다 전향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위험분담제’(RSA)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환자와 의료진을 중심으로 높다. 위험분담제는 의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안전성이 검증됐으나 효능·효과나 재정 영향이 불확실한 경우 제약사가 환급 등을 통해 재정 위험을 분담하는 제도로 대체치료법이 없는 고가 항암제나 희귀난치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적용된다.

개선을 요구하는 부분은 우선 위험분담제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대체할 수 있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이라고 규정된 독점권이다. 현재 질환에 하나의 치료제만 RSA를 적용해 독점권을 주고 있어, 후발 치료제는 비급여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다발성골수종의 경우, 현재 위험분담제로 제품이 있어 이후 허가 받은 다발성골수종 신약들이 급여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위험분담제로 급여 받은 항암제의 후발주자들이 지속적으로 허가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꼭 필요한 환자들도 비급여로만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백민환 회장은 “독점권 때문에 치료 효과가 큰 약제가 있음에도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지난해에는 아무것도 (개선) 된 것이 없다”며 “다잘렉스의 경우도 3번째에 간신히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문턱을 넘어 약가협상 중이지만 결렬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동안에 치료에 실패한 사람은 죽어간다. 결국은 독점권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항암제이거나 희귀질환치료제로 한정된 것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환자들의 절실한 요구가 있지만 사각지대의 중증질환치료제는 급여절차를 진행할 마땅한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의 경우 10년 이상을 표류하다 최근 급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허가를 받은 아토피 면역치료제는 비급여임에도 큰 기대를 받고 있지만 급여까지는 갈 길이 멀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환우회 관계자는 “신약 급여에 대해서만 어느 단체나 조직이 반대한다며 3년을 끌고 있는데 100% 모두 동의하는 정책은 환상이다. 특히 위험분담제의 경우 일부 반대로 대다수의 찬성 의견이 계속 무시되고,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단·검진은 MRI·CT 급여 등 계속 확대되고, 입원비도 급여확대가 됐다. 의료기기는 선진행후평가를 진행한다고 발표됐으며, 간병비도 보장성의 규모나 속도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정부의 의약품 보장성 담당자는 신약 혜택을 환자들이 얼마나 많이, 빨리, 또 가능하면 비용 효과적으로 누리게 하느냐에 대해 책임의식과 의무감을 보다 더 가져주었으면 한다. 약제비절감을 이유로 신약급여를 2~3년 미루면 환자는 사망에 이르거나 메디컬푸어가 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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