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노사정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된 탄력근로제 개선안에 또 제동이 걸렸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첫 성과물로 본위원회를 열어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최종 의결할 계획이었으나 근로자 위원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의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를 못 채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도 취소됐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의사결정 구조 개선을 포함한 근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국민들을 화나고 짜증나게 하는 건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확대하는 정도의 사안의 확정이 이처럼 길고 어렵냐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업체에서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 중이다. 그렇지만 계절적으로 업무가 집중되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요구가 거셌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5일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에서 탄력근로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어렵게 이룬 합의였지만 문 대통령은 민노총이 반대하자 이를 경사노위로 넘겨 다시 검토하도록 했다. 경사노위로 넘겨 2개월 이상 지체된 개선안이 이젠 ‘의사결정 구조 문제’로 의결이 불발된 것이다.

정부가 여야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개선안을 경사노위로 넘긴 것 자체가 무책임했다. 정부가 첫 노사정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알고 보면 탄력근로 기간 6개월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 ‘9·15 노사정합의’에도 포함됐다. 노동계의 요구를 반영할 것은 반영해서 고용노동부가 정부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 빨리 입법화했어야 했다.

경사노위 산하 소위원회에서 합의된 사안이 본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본회의 통과 불발의 배후에 민노총이 있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실제 비정규직 대표로 근로자위원들의 본위원회 불참을 주도한 이남신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민노총 간부 출신이다. 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한국노총과 정부가 소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선안 합의를 이룬데 대해 민노총이 뒤통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번 정부들어 민노총이 반대만 하면 정부가 결정하지 않고 경사노위로 넘기는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민노총도 문제지만 사회집단 간 이해가 갈리는 골치 아픈 사안만 나타나면 사회적 대화기구로 넘겨버리는 정부의 면피 행정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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