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흔 품고 통일을 기도하다

[현장] NCCK 소속 교단 목회자·성도, 철원으로 떠난 사순절 평화순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사순절 평화순례 참가자들이 7일 강원도 철원군 옛 노동당사 앞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철원=강민석 선임기자

8일째 전국적으로 이어진 미세먼지가 7일 걷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이홍정 총무) 소속 교단 목회자·성도 30여명이 사순절 평화순례를 위해 강원도 철원을 방문한 날이었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마음 한쪽이 무거웠던 이들은 맑게 드러난 푸른 하늘을 보며 표정이 밝아졌다.



64만4800여 시간. 1945년 8월 15일 광복 후 남북이 분단된 채 흘러간 시간이다. 참가자들은 옛 철원노동당사 앞에 놓인 분단시계탑을 바라보며 숙연해졌다. 이들은 6·25전쟁 직전 북한군이 집결했던 노동당사를 둘러보며 분단 현실을 생각했다. 폭격으로 시멘트 골조만 앙상히 남은 당사 건물이 분단으로 상처 입은 민족의 아픔을 드러내는 듯했다.

7일 강원도 철원군 옛 노동당사 앞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김하은씨. 철원=강민석 선임기자

영국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첼로를 전공한 김하은(24·여)씨는 노동당사 앞에서 첼로로 ‘아리랑’을 연주했다. 익숙한 리듬 속에 참가자들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진 곡은 ‘그리운 금강산’과 ‘사명’. 첼로의 현이 만드는 진동이 텅 빈 노동당사의 내벽에 부딪혀 울려 퍼졌다. 같이 노래를 불러 달라는 김씨의 요청에 몇몇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영국 브리스톨 레드랜드파크교회에서 온 레슬리 브랜틀리(64·여) 장로는 연주를 들으며 나오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쳤다. 그는 “전쟁의 잔해 속에서 감동적인 음악을 들으니 슬픈 마음이 들었다”며 “영국에 돌아가서도 한국의 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버스를 타고 민간인 출입통제구역 안으로 향했다. 학교와 공장이 있었다는 곳은 논밭이 돼 두루미들이 쉬고 있었다. 농산물검사소 얼음창고 은행 금고만이 인구 10만이 살던 옛 철원의 규모를 짐작케 했다. 버스가 달린 3번 국도는 경남 남해군에서 시작돼 북한 자강도 초산군까지 이어진다. 그 옆의 백마고지는 3번 국도를 놓고 남과 북이 치열하게 대치했던 격전지였다. 1952년 10월 고지의 주인은 24번 바뀌었다. 미세먼지가 걷힌 덕분에 백마고지뿐 아니라 북한의 산들도 눈에 보였다.

참가자들은 철원역과 북한 평강군 가곡역을 잇는 월정리역을 찾아 녹슨 폐화물열차를 앞에 두고 통일을 염원했다. 소이산에 들러 사순절 메시지 ‘고난 속에서 피어올린 희망’을 낭독했다. 메시지에는 “분단의 긴장이 첨예한 비무장지대(DMZ)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이 짊어지고 가야 할 시대의 고난과 사명을 성찰한다”며 “고통과 아픔의 자리에서 희망과 공생의 길로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홍정 총무는 “사순절 기간 식민과 분단, 냉전으로 얼룩진 근현대사를 성찰하기 위해 철원을 찾았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한국교회는 신앙고백으로 정의와 평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철원=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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