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이모(31·여)씨에게 편의점은 ‘없어서 안 되는 존재’다. 서울 강남 번화가의 빌라에 사는 이씨는 집 근처 편의점의 ‘택배 보관함 서비스’를 이용해 택배를 받는다. 집 앞으로 배달을 받았다가 배송된 제품을 잃어버린 적도 있고, 혼자 살다보니 낯선 사람들이 문 앞을 오가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집 근처에 약국이 없다보니 간단한 상비약은 편의점에서 산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이씨는 ‘필요한 만큼만, 필요한 때’ 사는 걸 소비 신조로 삼았다. 과일, 샐러드, 두부, 콩나물 등 간단한 식재료나 신선식품도 먹을 만큼만 편의점에서 산다. 지방 본가에 가기 전엔 편의점에서 하이패스 카드를 충전하고, 현금이 필요할 땐 은행을 가는 대신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한다. 이씨는 “요즘은 편의점에서 어지간한 건 구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집 근처에 편의점만 있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 서비스가 한없이 다양해지고 있다. 간단한 가공식품이나 일회용품을 파는 ‘동네 슈퍼’의 개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마트, 카페, 레스토랑, 택배 회사, 약국, 은행, 공공기관, 주유소의 서비스가 동네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무언가 급하게 필요한 데 어디에서 구해야 할지 막막할 때, 일단 편의점으로 가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트렌드를 담는 곳’으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편의점 서비스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건 ‘택배 서비스’다. 10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전체 편의점의 약 95%가 택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택배 기사에게 배송을 원하는 편의점 점포명을 지정하면 택배 기사가 택배 보관함에 상품을 넣어두는 식으로 운영된다. 택배를 주문 받은 소비자는 24시간 언제든 편의점을 방문해 택배를 찾을 수 있다.

편의점이 택배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2001년에는 편의점을 통해 이동하는 택배 물량이 6만건 정도였다. 이 수치는 점차 증가해 2011년 585만건, 2015년 1237만건, 지난해 2000만건을 넘어섰다. 편의점 택배 서비스의 17년 역사 동안 물량이 무려 333배나 증가한 것이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편의점 택배 서비스 이용객도 급증하는 추세다.

택배가 아니더라도 편의점에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나왔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하는 ‘세븐라커’는 서울 홍대, 종로 등 주요 관광지와 상권의 점포에 설치돼 있다. 4시간 기준 2000~4000원만 내면 물건을 잠시 맡길 수 있어 관광객 등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편의점은 온라인 쇼핑과 경쟁하지 않는 유일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기도 하다. 오히려 이커머스 시장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GS25는 ‘온라인 쇼핑몰 결제 대행 서비스’를 지난달부터 시작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신용카드 발급에 제약이 있는 미성년자, 온라인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등이 주 타깃층이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산 뒤 ‘GS25 편의점 결제’로 결제 방식을 정하면, 휴대전화로 바코드가 전송 돼 편의점에서 바코드를 제시한 뒤 현금 결제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종완 GS리테일 서비스상품팀 과장은 “앞으로 편의점이 온라인·모바일 쇼핑객의 오프라인 결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의 ‘스마트픽’도 이커머스와 연계된 서비스다. 롯데닷컴, 엘롯데, 롯데홈쇼핑 등 롯데 계열사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산 뒤 반품이 필요한 경우 세븐일레븐을 통해 반품할 수 있다. 낮 시간에 반품이 어려운 1인 가구, 맞벌이 부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의 ATM이 은행의 365코너를 대신한 지도 오래다. 몇 년 전만해도 편의점 ATM은 수수료가 높은 편이었는데 최근에는 무료 또는 시중 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GS25는 2017년부터 주요 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은행과 동일한 조건의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 7일까지 GS25 ATM을 통한 거래 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자동차와 관련한 서비스도 편의점에서 쉽게 받을 수 있다. 하이패스 충전에서 시작해 전기차 충전, 차량 공유서비스 이용까지 편의점을 통해서 할 수 있다. 2016년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쏘카와 MOU를 맺은 CU에 가면, 앱을 통해 차량 공유를 신청한 뒤 편의점 주차장에 세워진 공유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원룸, 대학가에 위치한 CU쏘카존은 일반 쏘카존보다 대여율이 20~3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CU쏘카존이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며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와 결합해 편의점 점포 인프라를 활용한 생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식권 서비스까지 편의점에 들어왔다. GS25와 CU에서는 회사 식권으로 편의점 도시락, 샐러드, 샌드위치, 커피 등을 살 수 있다.

이마트24는 편의점을 색다른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전남 목포 노벨상, 평화상 주유소에 문을 연 이마트24는 운전자들을 위한 휴게 공간을 꾸며놨다. 기존의 주유소 편의점들과는 달리 운전자들이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주유 중인 소비자들이 이마트24 카탈로그를 보고 물건을 주문하면 차에 실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편의점은 유용한 곳이다. GS25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세금 환급 서비스’를 해 오고 있다. GS25에서 물건을 산 뒤 여권을 스캔하면 부가세가 차감된 금액으로 결제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0월부터 다국어 관광정보 안내 무인시스템인 ‘스마트 헬프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공항, 서울 명동, 이태원 등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BFG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이라며 “1인 가구의 증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발맞춰 편의점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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