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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이남주] 하노이 회담 후 한국의 역할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끝난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그 전모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의 상황전개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가장 큰 의문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이 요구한 “영변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를 북·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을 때 그 “한 가지”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필자의 지난 2월 10일자 칼럼(‘하노이 타협’이 이뤄지려면)은 영변 핵시설 폐기 이외의 추가 조치에 대한 미국의 요구와 제재 완화 및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요구 사이에 절충점을 찾는 것을 하노이 회담의 관전포인트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중 북한의 요구, 특히 제재 완화 요구는 리용호의 발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되었지만 미국이 요구한 추가 조치가 무엇인지가 아직 분명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미국이 요구한 추가 조치는 세 가지 중 하나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영변 외 지역의 우라늄 농축시설이다. 하노이 회담 이전부터 많은 사람이 언급한 이 추측이 맞는다면 북·미 대화가 재개되고 합의에 도달할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북이 영변 핵시설 외의 추가 시설을 폐기하고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북·미 회담의 흐름, 특히 단계적 접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미국 당국자들이 단계적 접근을 부정하는 것을 보면 미국이 요구한 추가 조치는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등의 폐기를 포함한 비핵화다. 하노이 회담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요구를 북한에 전달한 빅딜 안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를 초기 단계에서 취할 조치로 요구했다면 이는 북·미 대화의 틀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대화 재개가 쉽지 않고 사태는 더 부정적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이 요구는 미국 비핵화 최종 목표에 포함될 수는 있지만 리용호가 언급한 “한 가지”, 즉 비핵화 입구에서 취할 조치에 해당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셋째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포괄적 신고를 전제로 하는 동결 및 폐기다. 이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초기부터 제기한 요구였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이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 이를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 하노이 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증가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접근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것은 분명하다. 영변 핵시설 이외 우라늄 농축시설 목록과 그에 대한 사찰 등이 그 요구에 포함될 수 있다.

그렇다면 북·미 관계가 바로 악화되지 않겠지만 쉽게 재개되기도 어렵다. 북한이 신고와 사찰을 거치는 비핵화에 부정적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이 태도가 핵시설과 핵무기를 감추려는 의도 탓일 수 있지만,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북의 신고의 진실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비핵화 프로세스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북한의 우려도 근거가 없지는 않다.

이 문제가 한국 정부의 적극적 중재가 필요한 지점이다.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오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자신의 핵 능력을 완전히 드러냈으나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자신의 안전을 더 큰 위협에 노출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8일 했던 “각 측이 동의하는 감독체제 아래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발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상 단계에 북·미가 상대에 대한 불신으로 한 걸음 더 내딛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 등이 미국과 북한의 우려를 해소하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반도 프로세스의 진전이 가능하다.

이남주(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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