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주요국의 경제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예상됐지만 그 정도와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지난 주 각국에서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글로벌 경기 하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1.7%에서 1.1%로 대폭 하향하고 연내 금리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보호무역주의 증가, 신흥시장의 취약성 등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길고 깊다”고 경고했다. ECB는 금리를 올리지 않기로 했을 뿐 아니라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을 많이 해주는 은행에 중앙은행이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장기대출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한다. 지난해 말을 시한으로 완료하기로 한 통화완화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2월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20.7%나 급락해 시장 전망치(-4%)보다 훨씬 악화된 수준을 보였다. 8일에는 일본 내각부가 경기동향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전달에 비해 2.7포인트 감소한 97.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내각부는 경기기조 판단 역시 ‘하락 전환’으로 조정했다. 미국 경기에 대해서도 상당수 투자은행들이 ‘완만한 성장’에서 ‘미약한 성장’으로 전망을 바꾸고 있다. 일본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 경기의 하강이 깊어지면 미국도 전염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자 감소 등으로 내수 부진이 심각한 한국 경제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수출까지 이미 3개월 연속 감소했을 뿐 아니라 그 폭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태도는 한가하기 이를 데 없다. 사실상 얼어붙은 고용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기업들을 인건비 충격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급선무지만 이미 정치권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마저 몇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한국은행도 “이미 기준금리 수준이 충분히 완화적”이라는 말만 반복할 게 아니다. 당시에도 실기 논란이 컸던 지난해 11월 한은 기준금리 인상은 글로벌 경기와 국내 실물경제 상황에 역주행한 것이라는 게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경기가 더 악화되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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