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이 동창리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내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동창리는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과 장거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이 있는 곳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15형이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동창리 시설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하노이 담판’이 실패하자 미사일 시설 재건이란 도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라면 실망이다. ICBM 시설 재가동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일 텐데 오판이다. 도발은 더 강한 제재를 부를 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7일 평양에서 열린 당 행사에 보낸 서한에서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북한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는 제재를 풀려면 국제사회가 원하는 핵 포기에 나서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완전 폐기란 카드를 내놨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핵시설과 이미 확보한 핵무기, 핵물질 등 모든 핵을 최종적으로 포기하겠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북·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핵보유국으로 묵인받고 대북 제재도 완화시키겠다는 것은 몽상이다. 핵도 갖고 경제도 살리는 방법은 없다는 걸 김 위원장은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할 의사가 있어야 북·미 간 협상의 문이 열릴 것이다.

북한이 핵 포기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북 제재는 현행대로 유지돼야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건 성급했다. 미 국무부는 7일 “제재 면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 해도 유엔의 대북 제재 틀을 벗어나는 조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차 경험하지 않았나. 정부는 대북 제재 완화에 미련을 두지 말고 북한이 비핵화에 전향적으로 나서도록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8일 “대북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합의와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 관계 개선이 북의 비핵화를 견인할 것이라는 이상론에서 벗어나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