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식 대한한방병원협회장이 손과 몸 등 신체 일부분을 이용해 근골격계 질환자의 어긋나거나 삐뚤어진 뼈와 관절 등을 바로잡는 추나 치료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유효성·안전성·경제성 인정받아 내달 8일부터 디스크 등 치료 때 적용
위험한 마사지 등 가짜 추나 경계를


다음 달 8일부터 한방 병·의원에서 시행되는 ‘추나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한층 덜어질 전망이다. 추나 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몸 등 신체 일부분을 이용해 환자의 어긋나거나 삐뚤어진 뼈와 관절, 뭉치고 굳은 근육과 인대를 밀고 당겨서 구조적·기능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허리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한방 치료 가운데 가장 대중화돼 있지만 그간 건강보험 급여권 밖에 있어 환자들 이용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대한한방병원협회장을 맡고있는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와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을 지난 8일 만나 추나 치료의 건강보험 진입 의의와 구체적 내용을 들어봤다.

-추나 치료 건강보험 적용은 어떤 의의가 있나.

△신준식 대한한방병원협회장(이하 신 회장)=30여년 전 추나 요법을 발굴하고 재정립해 세상에 선보였을 때 한의계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당시에는 익숙지 않은 치료법인 만큼 반감을 갖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이런 선입견을 깨기 위해 추나 치료의 표준화와 과학화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한국추나학 교재 집필과 임상표준진료지침 개발에 이어 철저한 도제식 교육을 통해 후학을 양성해 온 것이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다. 현재 4000여명의 한의사가 추나치료를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다.

추나 치료의 보험 적용은 한방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 경제성 등을 국가로부터 공식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향후 한방 의료 보장성 강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효능이 뛰어난 여러 한방 치료법들이 건강보험 궤도에 오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하 최 회장)=2017년 추나 치료 건보 급여화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연구를 통해 검증됐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건보 적용을 결정할 때 이런 연구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시범사업 시 추나 치료의 국민 만족도는 92.8%로 매우 높았다.

많은 한방 치료법들이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표준화와 과학화 측면에서 미진한 경우가 있다. 추나 치료의 건보 진입은 한방치료를 표준화하고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다면 앞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환자들이 누리는 혜택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최 회장=건강보험 적용으로 근골격계 환자들이 약 1만~3만원만 내고 3가지 추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단순 추나는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절을 가동하거나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이다. 복잡 추나는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넘어서 ‘뚜둑’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교정을 시도하는 것이다. 특수 추나는 어깨 빠짐 등 탈구된 관절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3가지 치료의 환자 본인부담률은 50%다. 다만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복잡 추나’의 경우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척추관협착증 외 근골격계 질환은 본인부담률 80%가 적용된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한의원에서 이뤄지는 ‘복잡 추나’의 비급여 진료 비용은 최저 8100원에서 최대 20만원으로 천차만별이었다. 이제 건보 적용으로 수가(진료·치료 서비스 대가)가 통일되고 환자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게 됐다.

△신 회장=추나는 머리(두개골)에 적용하는 ‘두개천골 추나’와 내장 질환을 치료하는 ‘내장기 추나’도 있지만 건보 적용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한정된다. 또 연간 20회까지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의사도 1인당 하루 18명의 환자만 추나 진료를 할 수 있다.

허리 디스크의 경우 치료 기간을 2개월로 잡는다. 상태가 심각하면 3개월 걸린다. 척추관협착증은 4개월 정도다. 이보다 심할 땐 6개월까지 소요된다. 이 경우 1주일에 1~2회 추나 치료를 받는다 해도 통상 15회, 많으면 20회 가량 받을 수 있다. 연간 20회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침이나 약침, 한약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신준식 대한한방병원협회장(왼쪽)과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자생한방병원에서 추나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과 한방 의료의 보장성 강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추나 치료 받을 시 주의해야 할 점은.

△신 회장=추나 치료는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에 활용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해 감각 이상이나 대소변 장애 등이 동반된 경우엔 권장되지 않는다.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등으로 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날 정도라면 수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들은 자신의 몸 상태를 한의사에게 정확히 말해 줘야 한다. 한의사가 환자 몸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정확한 술기를 사용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나 치료는 ‘카이로프랙틱’이나 ‘오스테오패틱’처럼 서양인 체형에 맞는 수기(手技)요법과 달리 관절과 근육을 충분히 푼 후 교정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뼈와 관절이 약한 한국인에게 적합하다. 하지만 관절의 가동 저항점을 넘어서는 강한 수동적 운동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부적절한 수기 및 동작은 환자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뼈암(골종양)이나 출혈성 질환, 골절 등을 가진 환자는 추나 치료를 받지 않는 게 좋다.

-환자 입장에선 경험 많고 믿을 수 있는 한의사 선택이 중요할 것 같은데.

△최 회장=추나 치료의 건강보험 진입과 함께 환자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잘못된 정보들이 온라인상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다. 건보 적용을 받는 추나 치료는 추나의학에 기초하고 임상표준진료지침에 담겨 있는 치료법을 지칭한다.

최근 발로 척추를 밟는 등 위험한 마사지 혹은 망치 같은 도구를 사용해 척추를 타격하는 위험한 행위를 하며 ‘추나 치료’로 둔갑시켜 홍보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런 ‘가짜 추나’ 행위는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없을 뿐 더러 자칫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환자들이 추나 치료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한의사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보험 청구 자격을 갖춘 한의원에 대해 별도의 인증마크를 부여하려 한다. 한의원에 들어갈 때 인증마크가 있으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면 된다.

△신 회장=추나 치료의 질 관리를 위해 임상표준진료지침에 인정된 술기를 담았다. 현재 12개 한의과대학(원)에서 대학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추나 치료를 전문적으로 익히기 위해선 척추신경추나의학회의 126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건보 급여 청구를 위해 한의사들은 사전에 15시간의 교육을 추가로 받고 매년 보수 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한방 치료의 건보 보장성 강화 전망은.

△최 회장=현재 건보 급여가 되는 한방치료는 240개로 전체 급여 행위의 4%에 그치고 있다. 의과(양방)의 급여 항목은 약 5600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불균형이 뚜렷하다.

이런 이유로 최근 첩약(탕약 제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두고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첩약의 건보 적용 의지를 밝혔다. 현재 요통, 기능성소화불량 등 6~12개 질환에 대한 치료용 첩약의 건보 적용 시범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 당장 첩약에 대한 건보 적용 시기를 예상하기 보다는 잘 짜여진 연구를 통해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실시해 첩약의 안정성과 유효성, 조제 표준화 등을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다.

-한방 의료의 실손보험 재진입 가능성은.

△최 회장=2009년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정 당시 한방 의료가 제외됐는데, 당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한방 진료 항목이 세분화되지 않은 점, 상품개발과 보장 대상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꼽았다. 추나 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 것은 국가로부터 유효성과 안전성, 경제성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향후 한방 의료의 보장 대상 및 진료 항목도 명확히 되면서 실손보험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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