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공개 메시지를 통해 대북 제재를 맹비난하고 자력갱생을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 7일 평양에서 열린 2차 조선노동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극악무도한 제재 압살 책동도 파탄을 면치 못하게 돼 있다”면서 “지금 혁명 정세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며 “자력으로 보란 듯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민의 힘을 무엇으로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미가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회담 결렬 책임과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 악화의 원인을 미국에 전가하면서 북한 내부의 결속을 노린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일성이 1962년 처음 거론한 ‘쌀밥에 고깃국’을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것은 3대에 걸쳐 북한 정권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지만 외부의 압박 탓에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동요할지도 모를 민심을 다독이려는 의도도 담겨 있을 것이다.

북핵 폐기와 제재 완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입장은 명확하고 확고하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다소 우호적이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는 매우 단호하다. 이들 3개국 중 어느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경협에 속도를 내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대북 제재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까지 언론에 흘리고 있다. 북한 경제는 외부의 수혈과 지원이 없으면 회생할 수 없다. 북한 정권의 안위마저 뒤흔들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완전한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으면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은 헛구호에 그친다는 사실을 김 위원장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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