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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맞선 순교적 삶으로 빛난 목회자

영화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으로 본 순교자의소리 창립 웜브란트 목사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만 찬미해야 할 성직자입니다. 공산당을 찬양해선 안 됩니다.”


리처드 웜브란트(사진·1909~2001) 목사가 1945년 루마니아 국회에서 열린 종교인 회의 중 이같이 외치자 4000여명의 성직자는 얼어붙었다. 이날 회의는 한 해 앞서 루마니아를 침공한 소련 공산당이 공산주의 체제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강제로 소집했다. 폭력 앞에 신앙 양심을 버린 성직자들은 공산주의와 기독교 신앙을 동일시하는 망언을 했다. 웜브란트 목사는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성직자들의 지지에 흡족해하던 공산당도 뒤통수를 맞았다. 웜브란트 목사의 소신 발언은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우리는 이 자리에 거룩한 성직자의 자격으로 모였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은 세계 각지에서 성직자들을 순교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저들을 왜 찬양해야 합니까. 우리 임무는 창조주 하나님과 구세주 예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겁니다. 예수님만이 참된 구세주입니다.”

웜브란트 목사는 요주의 인물이 됐다. 공산당은 48년 그를 납치해 질라바교도소에 8년 동안 가뒀다. 출소한 그를 59년 또다시 체포해 64년까지 자유를 빼앗았다. 공산주의자들 앞에서 복음을 증거한 대가는 혹독했지만 핍박은 그를 복음의 투사로 키웠다. 웜브란트 목사는 68년 공산주의 국가에서 핍박받는 기독교인들을 돕기 위해 순교자의소리의 전신인 ‘공산주의 세계에 예수를’을 설립했다. 순교자의소리는 현재 50여개국에서 활동하며 신앙의 자유가 없는 공산주의 국가의 지하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영화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 제작진이 리처드 웜브란트 목사를 봉에 매달아 고문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웜브란트 목사의 순교적 삶을 그린 영화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이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만난다. 영화는 웜브란트 목사가 성직자들 앞에서 소신 발언을 하는 장면부터 반복되는 체포, 고문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한국 순교자의소리는 오는 18일 본부에서 시사회를 한다. 이후 전국 교회들을 방문해 영화를 상영한다.

한국 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 공동대표는 11일 “이 영화가 억압받는 기독교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영화관에서 개봉하기보다 교회를 방문해 상영한 뒤 영화를 본 교인들과 순교적 삶을 산 웜브란트 목사의 신앙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웜브란트 목사가 겪었던 고난은 현재진행형”이라면서 “여전히 많은 공산주의 국가들이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상할 수 없는 핍박을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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