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여성단체 회원들이 서울 강남의 클럽 아레나부터 버닝썬까지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 의혹을 수사 중인 곳이었다. 이들은 클럽을 여성 상품화와 강간문화의 온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클럽의 운영에 가수 승리가 개입돼 있었고, 그를 조사하다보니 이번엔 주변 연예인들의 행태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그들의 카톡방과 함께 공개된 사안은 결코 ‘연예인의 일탈’ 정도로 표현해선 안 될 짓이었다.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하고, 성관계 몰카를 찍고, 그것을 SNS로 유포했다고 한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성매매처벌법과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될 중대한 범죄다. 여성을 상품화하는 클럽의 운영 방식과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문화가 아이돌이라 불리는 연예인들의 카톡방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떤 연예인이 도박을 했다는 식의 가십성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됐다.

여성단체 회원들은 버닝썬 앞에서 “폭행, 마약, 탈세, 뇌물 등의 문제가 불거져야 여성이 당하는 성범죄가 알려진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성범죄 역시 클럽에서 벌어져온 일처럼 수면 아래에 있었고 얼마나 뿌리가 깊은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현재 거론되는 피해 여성만 10여명이다. 승리와 정준영 외에도 경찰 조사를 받게 될 연예인이 여럿 있다. 이번에 제대로 수사해 문제의 본질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이런 행태는 클럽이 그랬듯이 하나의 문화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우리는 아이돌이란 이름의 성범죄자를 흥밋거리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행태는 연예인의 뒷얘기를 넘어서는 반사회적 범죄 행위다. 지난해 미투운동을 불렀던,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자행했고 정부가 나서서 근절을 외쳤던 몰카 범행을 일삼았다. 여성을 상품으로, 수단으로 여긴 그들의 인식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려는 양성 평등의 방향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최근 여러 유명인의 성범죄가 법의 심판대에 섰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 이 사건 역시 그런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치밀한 수사가 필요하며 그에 따라 법이 허용하는 가장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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