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조사기한 연장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모양이다. 따라서 이달 말에 조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에 따라 재수사가 이뤄질지, 아니면 의혹 없음으로 끝날지 관심이다. 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이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갖고 있다. 조사 결론에 따라 한쪽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있다. 그러니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있는 두 기관이 조사 진행 상황과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만하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검찰과 경찰이 부딪힐 일이 많을 것 같다.

조사단은 최근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확보한 증거 3만건 이상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자 경찰은 강력히 반발했다. 당시 조사를 방해한 것은 검찰이었다는 것이다. 조사가 부실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니 이제 중요한 건 구체적으로 누가 조사를 방해했느냐에 모아진다. 게다가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였다는 걸 박근혜 청와대가 확인하고도 임명을 강행했고, 그 배경에는 최순실(본인은 부인했다)이 관련됐다는 관계자의 진술도 있었다고 한다. 성접대를 한 그 별장에 김학의 외에도 다른 고위공직자들이 드나들었다는 소문도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조사가 부실했으니 이런저런 의혹들이 불거지는 것이다.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당시 청와대와 검찰, 경찰이 얽혀 서로 네가 잘못했다고 싸우는 꼴이 될 수 있겠다.

이 사건을 다루면 다룰수록 그동안 감춰둔 사실들이 밝혀질 수도 있다. 권력기관의 뿌리 깊은 저질 스폰서 문화, 힘에 의한 수사 방해 또는 조작, 힘없는 피해자에 대한 협박 등 조폭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정황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아니면 아니라는 점을 밝혀 깔끔하게 마무리하면 된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실 확인에 미적거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역시 진상은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좋다. 검찰이나 경찰이 체면이나 조직이기주의 때문에 과거 잘못을 조금이라도 덮으려다간 검경 수사권의 조정 과정에서 대단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다. “일부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 있고, 전부를 잠시 속일 수 있지만, 모든 이를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에이브러햄 링컨)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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