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은 그린 것이 아니라 토해낸 것” ‘뉴퓨처리즘’ 개인전 연 황은성 권사

3·1운동 100주년 맞아 모스크바 국립동양박물관서 전시회


유화물감으로 겹겹이 칠해진 그림 속에 십자가 파도 길 줄 등이 어렴풋이 드러나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문화원 주관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동양박물관에서 전시회를 가진 황은성(65·사진) 권사의 작품 ‘기도염원’의 모습이다. 한때 굴지의 건설사 회장 부인이었던 황 권사는 부도 이후 고난을 겪으며 캔버스에 고통을 치유하는 신앙을 그렸다. 최근 그는 러시아 전역에 방영되는 러시아케이(Russia-K) 방송에 출연해 “하나님 주신 삶에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극복하며 살고자 하는 염원을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12일 만난 황 권사는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뉴퓨처리즘(New Futurism·새로운 미래주의) 회화전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전시회는 러시아 내 55개 매체가 상세히 다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14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개인전을 연 황 권사를 예술계에선 뉴퓨처리즘의 창시자라 칭했다. 황 권사는 “뉴퓨처리즘은 내면의 모든 생각을 형이상학적이고 무한한 언어로 표현하며 우리의 정신세계를 미래로 이끌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기도염원’은 제작에 2년이 넘게 걸린 성인 남성 키 높이의 2006년도 작품이다.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유화물감 덧칠 속에 어렴풋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기도 줄이 보인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기도 줄이 있다는 뜻이다. 그 곁에 그려진 십자가의 모습은 반듯하지 않다. 황 권사는 “십자가의 모습이 어찌 단순할 수 있겠는가”라며 “삶의 다양한 굴곡 속에 못나게 생겨난 각자의 십자가를 형상화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경영했던 건설사는 1980년대 서울 여의도와 중구 등에 대형 빌딩을 지어 올렸다.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그는 85년 ‘흑자부도’를 겪는다. 경영이 흑자인데도 파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집에는 압류를 예고하는 빨간 딱지가 붙었고 남편을 도와 법원을 전전해야 했다. 30대에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이 찾아왔다. 기도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소망교회 권사인 그는 날마다 교회에 나가 기도했다. 잠을 자다 고통이 밀려오면 거실에 둔 캔버스에 물감을 덧칠했다.

황 권사는 “내 그림은 그린 것이 아니라 토해낸 것”이라며 “아픔을 위로하고 삶의 희망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붓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과 닮은 모습의 해외 선교사들을 드러나지 않게 돕고 있다. 파키스탄 일본 홍콩 등을 다니며 선교사들을 후원했다. 객지에서 외톨이로 힘들어할 선교사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개인전을 연 것은 큰 도전이다. 황 권사는 “고난 속에 피어난 십자가 그림과 같이 3·1운동은 우리에게 고난을 이겨내는 새길 제시한 민족정신의 승리”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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