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문학 담당 기자로서 소설 ‘메이드 인 강남’을 지면에 소개하고 싶지 않았다. 작가 연락처를 받고서도 한참을 망설였다. 강남 클럽을 주무대로 한 음란한 성행위, 무차별적 폭력과 살인, 잔인한 뒷거래를 보는 괴로움을 독자에게 굳이 권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의 충격 지점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반영한 소설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주원규(44)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6개월 동안 강남 클럽에서 일했다. 그가 목격한 ‘강남의 밤’(국민일보 3월 13일자 1면)을 들은 날, 나는 밤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아이가 콜걸이 되기 위해 줄을 서는 곳, 그 아이들이 포주에게 등 떠밀려 ‘물뽕(GHB)’을 먹고 환각 상태로 춤을 추며 성매매를 하는 곳, 마약이 넘치는데 단속도 처벌도 없는 곳, 소돔과 고모라보다 더 음란한 곳…. 그곳이 강남 클럽이었다.

그런데 버닝썬 사건의 중심에 있는 빅뱅의 멤버 승리와 가수 정준영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눈 성관계 동영상 관련 내용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엉뚱한 데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2015년부터 10개월간 확인된 피해 여성만 10여명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 연예인들의 이름이 주요 포털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라시에는 정준영이 유포한 동영상 장면에 대한 묘사까지 나왔다고 한다. 동영상 속 피해 여성이 누구인지, 어떤 장면인지 알아내려는 노력은 무엇인가. 관음증이다. 동영상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우려도 크다. 정준영이 성관계를 몰래 촬영하고 유포한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이다. 그와 관련된 이들을 찾아 수사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준영의 동영상은 버닝썬 사건의 핵심이 아니다. 곁가지다.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강남 클럽을 둘러싼 조직적 마약 유통이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누가 여성에게 약물을 먹인 뒤 강간하는 성범죄를 조장하는지, 도대체 누구의 비호로 이 거대한 악의 카르텔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버닝썬 사건 관련 제보자는 강남 클럽과 경찰의 유착으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범죄를 국가권익위원회에 제보했다. 버닝썬 관계자가 경찰 측에 현금을 전달한 사실도 이미 알려졌다. 강남 클럽이 범죄의 온상이 된 데 경찰이 뒤를 봐줬을 것이라는 의심이 큰 상황이다. 경찰이 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수사하는지 온 국민이 주시해야 한다. 용두사미 수사가 돼선 안 된다.

강주화 문화부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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