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오뚜기 전복죽, 아침엔 본죽 버섯전복죽, 동원 양반죽, 비비고 전복죽, 요리하다 전복내장죽. 김지훈 기자

밤낮 기온 차가 큰 요즘, 몸을 든든하게 해주는 음식을 찾는 이들이 많다. 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음식하면 떠오르는 게 ‘죽’이다. 포만감을 주면서도 칼로리는 높지 않아 소화가 잘 안 되는 환자나 노인뿐 아니라 젊은 층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다. 간편죽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시장 규모가 2015년 410억원, 2016년 563억원, 2017년 717억원, 지난해 883억원으로 연간 25% 안팎씩 성장하고 있다. 국민컨슈머리포트는 성장 중인 간편죽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복죽’을 평가했다.

간편죽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전복죽

시장조사기관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죽 시장점유율은 동원F&B(60.2%), 오뚜기(21.2%), 본아이에프(8.2%), CJ제일제당(4.3%) 순이었다. 간편죽 메뉴 가운데 전복죽의 비중은 25% 정도 된다. 업계 관계자는 “죽이 환자식에서 건강식으로 확대되면서 보양식 식재료인 전복을 재료로 삼은 제품들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국민컨슈머리포트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전복죽 가운데 용기 형태 제품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간편죽은 용기와 파우치 타입으로 나뉘는데 용기 제품이 시장의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상위 4개 브랜드인 ‘양반 전복죽’(동원F&B·285g·2380원), ‘오뚜기 전복죽’(285g·1980원), ‘아침엔 본죽 버섯전복죽’(본아이에프·270g·3900원), ‘비비고 전복죽’(CJ제일제당·280g·29800원)과 롯데마트 PB 브랜드인 ‘요리하다 전복내장죽’(253g·3900원)이 평가 대상에 올랐다. 제품은 지난 12~13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마트 송파점과 주변 편의점에서 샀다.

롯데호텔서울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 셰프들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호텔 1층 ‘라세느’에서 전복죽 5개 브랜드 제품을 맛보며 평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지태, 정경웅 셰프, 박병관 총괄 주방장, 김희동, 이남준 셰프. 김지훈 기자

평가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서울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에서 진행됐다. 라세느에서는 아시안식, 일식, 양식, 누들, 코리안 그릴, 디저트 등 8개 라이브 섹션에서 전문 셰프들이 200여가지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라세느는 북한산과 서울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38층의 한식당 ‘무궁화’와 함께 롯데호텔서울을 대표하는 식당이다.

평가에는 라세느의 박병관 총괄 주방장, 장지태·정경웅·김희동·이남준 셰프가 함께했다. 평가 대상인 전복죽을 제품마다 포장에 적혀 있는 조리법대로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양반, 오뚜기, 요리하다 제품은 다 데운 뒤 동봉된 참기름 등을 넣었다. 본죽과 비비고죽은 참기름이 따로 준비돼 있지 않았다.

전자레인지로 데운 전복죽은 ①~⑤ 번호표가 붙은 볼에 담아 내 왔다. 평가자들은 죽의 모양새부터 찬찬히 살핀 뒤 향미, 식감, 농도, 풍미, 건더기의 양, 맛의 조화 등 7가지 항목에 점수를 매긴 뒤 1차 평가를 내렸다. 영양성분과 원재료 평가를 한 뒤 마지막에 공개된 가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점수를 냈다. 최고 5점, 최저 1점을 주는 상대평가였다. 박병관 총괄 주방장은 “담백하면서 비릿하지 않고, 식감이 좋고, 전복의 향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게 맛있는 전복죽”이라고 조언했다. 장지태 셰프는 “전반적으로 간이 센 게 아쉽다”고 총평했다.

전복죽 평가결과

시장 개척한 동원 양반죽, 압도적 1위

평가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제품은 1992년 간편죽 시장을 처음 개척한 ‘동원 양반죽’이었다. 4.8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로 1위에 올랐다. 정경웅 셰프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죽의 모양새와 맛을 구현해냈다”며 “색감과 모양도 좋고, 재료가 굵게 들어가서 골고루 씹히는 식감도 좋다”고 평가했다. ‘동원 양반죽’은 7개 평가 항목 모두 최고점을 받았다. 특히 전복죽의 맛을 평가하는 ‘풍미’ 항목에서는 5.0점 만점을 기록했다. 장지태 셰프는 “맛, 향, 점성 등의 조화가 좋다”고 말했다.

2위에는 점유율이 미미한 ‘요리하다 전복내장죽’(3.4점)이 올랐다. ‘요리하다죽’은 전복 내장이 들어가 원재료·영양성분 평가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정경웅 셰프는 “찰기가 있어서 식감이 좋고 모양새 측면에서도 ‘사먹는 죽’ 느낌이 안 들어서 좋다”고 평가했다.

1, 2위에 오른 두 제품은 모두 참기름을 나중에 첨가하도록 참기름이 따로 포장돼 들어 있다. 참기름을 따로 넣은 게 좋은 점수를 받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총괄 주방장은 “죽에 참기름을 너무 일찍 넣으면 향이 날아가 버린다”며 “죽의 향미를 살리려면 참기름은 식탁에 내오기 직전에 넣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3위는 지난해 처음 죽시장에 진출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전복죽’(3.0점)이었다. ‘비비고 전복죽’은 건더기가 넉넉하게 들어가 시각을 충족시키는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희동 셰프는 “내용물이 풍부하고 색감도 좋아 보기 좋은 음식”이라고 했다. 이남준 셰프는 “건더기가 많이 들어있는 게 좋고, 쌀이 부서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농도의 되직함은 괜찮다”고 평가했다.

4위는 시장점유율 2위인 ‘오뚜기 전복죽’(2.2점)이었다. 가성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전체적인 맛은 가성비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남준 셰프는 “건더기가 아주 많은 편이 아닌데 식감이 좋다. 점성이 적당해 죽의 찰기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5위는 ‘아침엔 본죽 전복죽’(1.6점)이었다. 모양과 맛 두루두루 낮은 점수를 받았다. 김희동 셰프는 “쌀이 너무 불어서 식감이 좋지 못하고 내용물이 풍부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경웅 셰프는 “간이 잘 돼 있으나 전복죽이 맞나 싶을 만큼 해물의 씹히는 맛이 안 느껴지는 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전복죽의 맛은 어떻게 내야 할까. 이남준 셰프는 “전복이 많이 들어갔다고 꼭 맛있는 전복죽은 아니다. 건더기만으로는 향을 충분히 낼 수 없으므로 육수를 잘 우려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총괄 주방장은 “쌀을 가루로 내서 만드는 죽은 식감과 모양새를 망친다. 국물을 잘 우려내면서 쌀을 천천히 볶아 맛을 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