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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탈북민들에게 이래선 안 된다


문재인정부가 탈북민 인권 침해하고 있다는 미 국무부의 보고서 내용 민망해
‘한국의 북한인권단체가 멸종 위기에 몰렸다’는 진단도 있어
김정은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북한인권문제 제기해야


미국 국무부가 최근 내놓은 ‘2018년 국가별 인권보고서’ 중 한국에 대한 내용은 민망하고 씁쓰레하다. 문재인정부가 탈북민들의 대북 정책 비판을 막기 위해 온갖 압력을 가했고,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늦추고 있으며, 북한인권법 시행령에 따라 2016년 신설된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자리를 공석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탈북자동지회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경찰의 탈북자 단체 방문 및 재정 정보 요청, 경찰의 탈북자 단체 대북전단 살포 저지 등이 압력 사례들로 열거됐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탈북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비난을 삼가라고 요청했고, 문재인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비판적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중 연설이나 집회에 참여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명시했다. 북한인권 비판 자체를 막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며, 나아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인권 탄압을 지원하는 행위라는 게 미 정부의 판단이다.

탈북민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북한 정권의 핍박과 만행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우리나라에 온 이들이다. 그 수가 3만명을 훌쩍 넘었다. 그들을 받아주는 이유는 인도주의와 동포애 때문이다. 거기에 걸맞은 예우를 해주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들이 북한을 함께 탈출하지 못해 여전히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가족 등을 위해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할 만한 행동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그들을 압박했다. 북한과 평화 무드를 조성 중이니까 입을 조심하라는 사인을 계속 보냈다. 이런 사실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미 워싱턴의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한국의 북한인권단체가 멸종 위기에 몰렸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로부터 4개월여 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국정부가 인권침해를 저질렀다’고 공표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세계적 망신으로 번진 셈이다. 우리 정부에 의해 우리 국민인 탈북민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미국으로부터 질타받는 상황은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다.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출신이며, 수도 없이 인권을 강조해온 정부인데, 인권침해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처지여서 더욱 그렇다.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통일부는 다음 달 28일부터 5월 5일까지 미국 워싱턴DC와 뉴욕에서 열리는 ‘2019 북한자유주간’ 행사에 참가할 북한인권 활동가 18명의 항공료 지원을 거부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2017년엔 항공료를 지원해줬으나 올해 행사를 한 달여 앞두고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지원 불가를 통보한 것이다. 졸지에 불이익을 받은 이들은 자유북한방송, 자유북한운동연합, 북한민주화위원회, NK지식인연대, 세계북한연구센터 관계자들이다. 국무부 보고서 내용이 틀리지 않다는 걸 정부 스스로 확인해준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이와 관련해 잊혀지고 있지만 잊어선 안 될 사건이 있다.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대리와 그 가족의 탈북 사건이다. 그들은 지난해 11월 탈출해 지금까지 망명생활 중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안타깝게도 그의 딸만 북송됐다. 조 대사대리는 북한 고위층이 쓸 사치품 조달 책임자이며, 유럽의 북한 비자금 흐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김정은이 파견한 조성길 체포조는 지금도 유럽 구석구석을 들쑤시고 다닐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남의 일인 양 대하고 있다. “조 대사대리가 공관 이탈 후 우리 정부와 연락을 취한 바 없다”는 선에서 진전된 반응이 없다. “이탈리아와 미국 등 유관국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성길 가족 소재 등을 파악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그들이 원한다면 한국으로 데려올 용의가 있다”는 정도의 발언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낼 조 대사대리와 가족들이 문재인정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하루라도 빨리 따뜻하게 맞이할 한국으로 가 북한인권 향상과 통일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마음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탈북민도 안타까움으로 한숨을 짓고 있다. 탈북민들이 팔 걷고 나서 ‘북한 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를 발족시킨 게 방증이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 등 남북관계 개선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다루고 있는 문재인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김정은 눈치보기 정도가 과한 수준이다. ‘북한은 나라 전체가 감옥’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북한인권 실태는 참담하다. 김정은에게 정상국가로 나아가려면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고 완곡하게나마 요청해야 하는 게 옳다. 남북 경협도 인권을 바탕으로 한 틀 속에서 이뤄지는 게 필요하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이 탈북민에게 다가갈 때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고 비로소 평화적 통일의 길이 열리게 된다.”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입장을 바꿀 수 있을까.

편집인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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