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판매수수료를 둘러싼 ‘갑질’ 논란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이 백화점·대형마트 할인 행사에 참여해 마진이 줄어도 행사 전과 비슷한 판매수수료를 내야 하는 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대 경제정책 기조의 하나로 공정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서 갑질 관행이 완전히 개선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7일 발표한 ‘대규모 유통업체 거래 중소기업 애로 실태’를 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에 물건을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 157곳 중 64곳(40.8%)은 할인 행사에 참여해도 판매수수료율 변동이 없거나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싼값에 물건을 팔면 업체는 마진을 덜 남기고 파는 건데, 백화점은 수수료를 그대로 받거나 올려 받게 돼 ‘백화점만 좋은 일’이 되는 셈이다.

국민일보가 인터뷰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백화점 수수료 갑질’이 여전하다고 했다. A씨는 “백화점이 진행하는 할인 행사에 참여할수록 손해를 본다. 백화점만 이익을 보는 행사지만 ‘을’이다보니 억지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백화점으로서는 폭리가 되는 거고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A대표의 증언을 토대로 백화점이 수수료로 폭리를 취하는 방식을 짚어보면 이렇다. 할인 행사를 하면 매출이 보통 배 이상 오른다. 백화점이 업체에 책정한 수수료율을 낮춰주지 않으면 백화점은 할인 판매로 매출이 증가한 만큼 그대로 이익을 가져간다. 하지만 업체는 할인한 만큼 마진은 줄어들고, 많이 팔아 남긴 돈 가운데 상당부분을 백화점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업체는 할인 판매로 매출이 올라도 실제 수익이 크게 늘지 않는 셈이다.

백화점이 할인 행사에 필요한 비용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고질적인 관행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1%는 백화점 측으로부터 “할인 행사로 매출이 올랐으니 수수료를 더 올려 달라”는 부당한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대표는 “백화점이 판매수수료율을 20% 중반대로만 낮춰줘도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은 평균 29.7%(롯데 30.2%·신세계 29.8%·현대 29%)로 나왔다. 백화점 입점 업체가 100원의 매출을 기록할 경우 백화점 측에서 29.7원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반면 백화점 납품 중소기업 희망 판매수수료율은 23.8%로 집계됐다. 백화점 관계자는 “수수료는 업체와의 협의를 거쳐 물가 인상 등을 반영해 책정한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납품 중소기업들은 판매수수료 관련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수수료 인상 상한제’(49.7%)와 ‘세일 할인율만큼의 유통업체 수수료율 할인 적용’(49.7%)을 주효한 정책 방안으로 꼽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기보다 소비자 등을 통한 사회적 압박이 더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수료 인상 상한제는 새로운 가격 통제가 돼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이전처럼 수수료를 받지 못한 백화점들이 다른 형태로 중소기업들에 비용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적 압력으로 백화점 등을 압박해 자발적으로 판매수수료율을 인하하는 조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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