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항거한 신석구 목사는 한국의 본회퍼”

독일 베를린에 울려퍼진 칸타타 ‘주를 위해’ 공연 현장

독일 베를린선한목자교회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칸타타 ‘주를 위해’ 공연에서 신석구 목사 역을 맡은 바리톤 조재형(오른쪽)이 노래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선한목자교회(정승안 목사)에서 열린 칸타타 ‘주를 위해’ 공연 현장은 잊혔던 한국의 목회자 은재 신석구 목사를 음악을 통해 다시 되살려낸 자리였다. 신앙의 힘으로 일제에 항거했던 그의 삶은 독일에서 나치에 저항하다 순교한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와 겹쳐지면서 큰 울림을 불러왔다.



이번 공연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마지막으로 서명에 참여한 신 목사를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1일 서울 장천아트홀 공연, 10일 로마연합교회 공연에 이어 세 번째였다. 서울 수표교교회 한상욱 지휘자와 찬양대원 등 22명이 베를린선한목자교회 찬양대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김성기 교수가 작곡한 ‘주를 위해’ 중 내용을 설명하는 ‘복음사가’ 역할은 수표교교회 박영숙 권사가 맡았다.

베를린선한목자교회에서는 베를린 방송합창단원으로 활동 중인 김영욱 안수집사를 비롯해 1960년대 파독 간호사로 건너와 정착한 윤순진 권사 등이 무대에 섰다. 이들은 지난 한 달간 칸타타에 등장하는 곡들을 연습하고 주일예배 찬양 때마다 선보이며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 현장엔 이 교회 교인뿐 아니라 평소 다양한 연합활동을 펼쳐온 독일루터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함께했다. 이들을 위해 공연에 앞서 조시영 장로가 “신석구 목사는 한국의 본회퍼였다”며 독일어로 그의 생애와 신앙을 소개했다. 조 장로는 “두 분 모두 복음 전파와 바른 신앙생활을 통해 사회 개혁과 변화를 추구했던 분들”이라며 “믿음과 행함의 일치를 강조했다는 점도 두 분이 닮았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3·1운동 이후에도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등 줄곧 일제에 저항했고 1950년 공산당원에 총살당했다. ‘독일의 양심’이자 ‘행동하는 신앙인’으로 불리는 본회퍼 목사도 반나치 투쟁을 벌이다 갇혔고 1945년 39세 나이로 강제수용소에서 처형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옥중에서는 물론,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기도에 힘썼던 ‘기도의 사람’이라는 점 또한 비슷하다.

“철문은 첩첩 닫혔고 날은 더디 가네, 앉은자리 옮기며 밥때 알리는 종소리만 기다리네. 인생은 유한하고 운명은 어쩔 수 없네. 세상만사 무상하고 때를 정할 수 없구나. 생각을 초월하시는 주님의 은총만 믿을 뿐 마음 가라앉히고 기도하며 기다릴 뿐.”

이날 공연에서 신석구 역을 맡은 바리톤 조재형은 신 목사가 감옥에 갇혔을 당시 심경을 담은 노래를 비장하게 불렀다.

공연이 끝난 뒤 볼프강 블레히 목사가 독일 기독교인을 대표해 축도하는 모습.

공연이 끝난 뒤 볼프강 블레히 목사는 “음악이 주는 감동과 영적인 특별함이 마음으로 느껴졌다”며 “음악엔 국경이나 한계가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블레히 목사는 “1990년대 라이프치히에서 본회퍼 목사의 삶을 다룬 오라토리오와 재즈 공연 등 다양한 국제 행사가 열렸다”며 “당시 행사에 설교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 목사의 삶과 신학을 자세히 알고 싶다며 ‘출이독립’ 등 신 목사의 삶을 다룬 책들이 독일어나 영어로 번역되길 바란다고 했다.

베를린선한목자교회의 외관. 독일 루터교회와 협력관계를 맺고 이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린다.

현재 베를린선한목자교회는 독일교회와 같은 건물을 사용해 예배를 드릴 뿐 아니라 공식 파트너로 인정받아 다양한 사역을 함께 펼치고 있다. 지난해 교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독일교회 찬양대와 함께한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전곡 연주가 대표적이다. 베를린 현지의 음악 유학생들이 주축이 돼 준비한 지역 주민을 위한 음악회도 매번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정승안 목사는 “아무런 대가 없이 시간과 재능을 드리는 한국 교인들 모습에 독일 교인들이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며 “함께 예배드리고 연합 행사를 진행하면서 한국 교인들의 헌신을 이해하고 스스로 헌신하는 기쁨도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베를린=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