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건환경연구원 해양조사 담당 연구원들이 지난 15일 인천 신항 인근 해역에서 자체 개발한 알루미늄 사다리 형태의 시료채취 장비를 이용해 표층 부분과 수심 2.5m 지점 및 수심 5m 깊이에서 미세 플라스틱 시료를 수거한 뒤 해양환경조사선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인천=서영희 기자

지난 15일 오전 9시20분쯤 인천 중구 연안부두 바다쉼터 인근 관공선 부두.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인천연구원) 소속 해양조사 연구원들이 탄 인천해양정화선이 서서히 움직였다. 시화호가 보이는 오이도 근처에서 멈춰선 배는 미세 플라스틱 시료채취를 위해 특별하게 제작한 알루미늄 구조물을 바다에 설치하는 것으로 탐사를 시작했다.

이날 탐사는 바닷물 1㎥당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길이가 5㎜ 이하인 플라스틱을 말하는 것으로 ‘침묵의 살인자’로 여겨진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플라스틱은 수산물의 내장이나 해조류에 붙은 채 식탁으로 올라오고 사람들의 몸에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한 연구 결과가 없어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 내에 축적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탐사팀은 알루미늄 구조물을 설치한 뒤 이날 오전 10시17분쯤부터 미세 플라스틱 채집을 시작했고 오전 10시30분쯤 위도 37도19.8분, 경도 126도36.2분에서 연구용 미세 플라스틱 채집에 성공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바닷물 미세 플라스틱 채집은 처음이었다.

같은 시간 인천신항 관리부두에서 4.8㎞ 정도 떨어진 인근 해역에는 갈매기 수백 마리가 오염돼 보이는 바닷물에 코를 박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오이도 횟집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와 소래포구에서 내려오는 물의 합류지점이기 때문”이라고 갈매기들이 모인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연구원은 사다리 모양의 알루미늄 구조물을 바다에 세우고 이를 이용해 미세 플라스틱을 채집했다. 김민주 연구원은 “시료를 정확하게 채취하기 위해 표층과 수심 2.5m 지점, 수심 5m 깊이에 바늘 하나 통과하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하게 제작된 그물망식 채집통을 넣어 바닷물이 일정량 이상 지나가도록 한 뒤 채집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며 “유속이 빠르기 때문에 물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유속기를 별도로 달아 지나가는 바닷물의 양을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부표를 이용해 고정시킬 수 있어 일정하게 물의 흐름에 따라 미세 플라스틱을 채집할 수 있다. 지난달 채집활동 실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보완한 결과다. 김기문 연구원은 “사다리 모양의 구조물을 설치해 바닷속 심층수를 어항원리를 이용해 채집하는 것”이라며 “기존의 방법보다 신뢰성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심층수 채집을 위해 관을 일정 수심까지 주입해 기계적으로 빨아올리듯 바닷물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는 표층수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채집하는 것과 방식 자체가 달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기 어려웠다. 사다리 모양의 알루미늄 구조물을 사용하면 물의 흐름에 따라 같은 시간에 수심이 다른 바닷물을 채집할 수 있다. 연구원들은 이 같은 방법이 향후 국내외 미세 플라스틱 탐사팀에게 알려지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료채취 구조물을 바다에 설치한 뒤 13분가량 지나 1t 이상의 바닷물이 흘러간 뒤 연구팀은 구조물을 끌어올렸다. 시료채취 그물망에는 눈에 보이는 비교적 큰 플라스틱 조각이 촘촘하게 들어 있었다. 표층과 수심 2.5m 지점, 수심 5m 지점에서 끌어올린 채집통 중 5m 수심에서 건져 올린 채집통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가장 큰 목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과정을 더 거쳐야 했다. 연구원들은 증류수로 미세 플라스틱이 유리병으로 모일 수 있도록 시료채취통을 씻었다. 증류수는 시료채취 그물망을 빠져 나가고 미세 플라스틱 등 그물망을 빠져나가지 못한 부유물 등만 남게 된다. 분비물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증류수로 씻어낸 뒤 측정값을 먼저 기록하고, 검사 결과를 최종 발표할 때는 분비물량을 빼주는 과정으로 연구가 진행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렇게 채집된 미세 플라스틱은 육안으로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실에서 퓨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기(FT-IR) 분석을 통해 그 양을 확인하게 된다.

연구책임자인 김민주(왼쪽) 연구원이 동료와 함께 채취된 미세 플라스틱을 연구실로 옮기기 위해 유리병에 담고 있는 모습. 인천=서영희 기자

이날 인천연구원 탐사팀은 인천신항 앞을 비롯해 내해 3곳과 자월도·덕적도 해역 등 모두 5곳에서 채집활동을 벌였다. 지점별로 상·중·하 채집통 3개를 사용하고, 각각의 채집통에서 걸러낸 부유물 등을 유리병 15개에 나눠 담았다.

전국 지자체의 보건환경연구원 중 해양조사과가 있는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바다도시 인천의 특성상 해양조사를 통해 깨끗한 바다를 만드는 데 앞장서기 위해서다. 연구원은 강화도에서 식용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에 미세 플라스틱이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별도로 조사하고 있다.

인천연구원은 앞으로 육상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하천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바다는 전 세계가 같이 쓰는 자원인 만큼 육상쓰레기로 인한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동안 주로 인천해양환경정화선은 바다쓰레기를 건져 처리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김근도(57) 인천해양환경정화선 선장은 “지난 5~8일 자월도와 영흥도 사이 무인도 서옥벌섬에서 3박4일 동안 보트를 이용해 바다쓰레기 4.5t을 건져 올리기도 했다”며 “미세 플라스틱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김 선장에 따르면 바다쓰레기의 대부분은 페트병이나 비닐봉지, 나무토막 등 육지에서 내려온 것들이었다. 실제로 연안부두 인근 주민 조호석(56)씨는 “2000년부터 주민들이 매월 바닷가 쓰레기를 치우고 있으나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연구원은 북한의 예성강 하구와 한강 등지에서 인천 앞바다로 쓰레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시기 등에 맞춰 연간 네 차례 미세 플라스틱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에 대해 우려하는 보도는 많지만 아직 바닷물 속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은 부각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연구원의 조사는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연구원은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한데도 아직까지 기초조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밝히겠다는 각오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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