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친구들은 나를 보면 배신감을 느낀다고 한다. 독신으로 짧고 굵게 살겠다고 하더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며 반세기를 넘게 살고 있으니 말이다. 독신을 고집하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사랑과 가정을 꿈꿨던 대학 친구는 아직도 본인의 의지와 달리 홀로 산다.

‘여걸’ 소리를 들으며 치열하게 살아온 동료 여기자는 자신이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아이들을 낳은 것이라고 했다. 수십 년 전 신혼 때 집들이에 온 친구는 보석 같은 존재인 아이를 왜 갖지 않으려 하냐며 나를 의아해하기도 했다. 아이를 낳고 보니 그들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아이는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고 선물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시밭길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칠 때 웃음을 주는 존재이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끄나풀을 놓지 않게 하는 희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나도 경단녀(경력단절여성)다. 갓 태어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형님 댁에 맡겨놓고 일주일에 한 번 보면서 직장을 다녔다. 그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고 결국 직장을 그만뒀다. 하지만 몇 달 만에 경력기자 채용공고를 보고 기저귀 수십개와 분유통 여러 개를 들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지금의 직장을 다시 찾았다. 일을 앞세웠던 이기적인 엄마 밑에서 베이비시터와 어린이집, 할머니집을 전전하며 아이가 지금까지 잘 자라준 것이 고마울 뿐이다. 주변의 후배들을 보면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 키우는 환경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육아휴직 대상과 기간이 대폭 늘어난 데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정부 지원금도 많아졌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해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1명 밑으로 내려갔다.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연간 합계출산율 평균 1.68명을 크게 밑돈다. 물론 전 세계 국가 중 1명 미만은 우리가 유일하다. “한국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될 것”이라는 2006년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의 경고가 현실화되는 것 같아 섬뜩하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미션라이프에 매주 소개한 창간 30주년 특별기획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 ‘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시리즈는 이러한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교회까지 확산되는 결혼거부 문화, 저출산 현상의 개선 방안을 교회와 지자체가 나서서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정부가 2006년부터 지난 10여년간 150조원을 쏟아붓고도 해결하지 못한 초저출산 문제를 교회가 해결할 수 있을까. 기자들이 발로 뛰며 현장에서 찾아낸 사례들은 교회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해답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창 1:28)는 성경말씀을 따라 교회들은 공동육아, 공간 대여 등을 통해 묵묵히 본분을 다하고 있었다.

교회는 아이를 믿고 맡길 신뢰할 만한 인적 구성이 돼 있다. 물질을 떠나 돌봄의 사역을 감당하고자 하는 자발적인 봉사자들이 넘친다.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주일과 수요일, 금요일 등을 제외하면 유휴 시설을 아이를 돌보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성경말씀을 가르치면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복음을 전파할 수 있다.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을 돌보라고 한 예수님 말씀대로 초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사회안전망이 하지 못하는 보육을 맡고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게 교회가 할 일이다.

저출산을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틀렸다. 신생아 1명당 1억원을 주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해남의 역설이 이를 방증한다. 합계출산율 2.1명으로 6년 연속 전국 출산율 1위를 지켜온 해남은 출산장려금을 받은 아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먹튀’하고 자연 사망자가 늘면서 인구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관건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을 입에 달고 사는 삼포세대(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에게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 살기도 버거운 세상에서 이들에게 자녀를 가지라는 것은 사치다. 낳기만 하면 나라가 책임지고 키워주겠다고 했지만 고용이 불안하고 사교육비와 주거비에 치여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는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었다고 하지만 정작 개개인이 느끼는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 한 한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이명희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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