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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이른바 ‘5·18 망언 퍼레이드’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에 빗댄 나경원(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연설 이후 막말 정치에 대한 비판이 한창이다. 여당이 “국가원수 모독죄”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야권은 “니들은 더한 말도 하지 않았느냐”는 투로 지난정부 시절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겨냥했던 민주당 인사들의 막말 사례를 늘어놓는다. 어느 쪽에서도 반성적 태도는 볼 수 없다. 뻔뻔해야 살아 남는 정치인에게 도덕적 자기성찰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지만 그래서 절망스러워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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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은 언젠가부터 사람들을 분노케 하는 뉴스 상당수의 주요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낯 뜨거운 배설적 막말부터 혐오가 담긴 차별적 막말, 자기 지위에 도취한 이들의 갑질형 막말, 정치적 계산이 깔린 정략적 막말까지. 가학 증세가 더해가는 것만 같은 폭언의 시대에 사람들은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 분노와 좌절감을 경험하며 화병이나 우울 같은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는 막말은 서로가 일제히 편을 갈라 공격 태세를 취하게 하는 신호탄 구실을 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막말은 집단최면을 걸듯 우리를 폭력의 가해자로 만들기도 한다.

막말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일관되지 못하다. 대부분의 막말에 분노하지만 어떤 막말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 “틀린 말도 아닌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들고, 어떤 막말에는 ‘사이다 발언’이라며 환호하기까지 한다. 막말의 내용이나 대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잣대를 가진 셈이니 막말이라는 형식이 근절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막말이 더욱 성행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바늘보다 아픈 말들

막말은 욕설을 비롯한 폭언과 모욕·모독적 언사, 악담과 저주, 외설적 언행을 아울러 일컫는다. 보통 듣는 사람이나 그 말의 대상에게 상처가 되는 말, 그래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말이다. 막말은 공적인 자리보다 사적인 자리에서 흔히 쓰인다. 공적인 자리에서의 막말은 자신의 사회적 명성과 이미지, 경력 등에 타격을 주고 사회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는 만큼 조심하게 된다. 막말 사용은 친밀감이 높은 사이일수록 잦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공손할 필요가 없고 경계심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오랜 친구 사이에 주고받는 욕설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막말은 악의 없이 친밀감을 드러내는 표현이나 서로 막역한 사이임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물론 친한 사이에도 막말이 관용적 수준을 넘어 상대를 심각하게 모욕하거나 비하하게 되면 상처를 주고 관계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막말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도 반응이 달라진다. 흔히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막말을 덜할 것으로 기대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기업 오너 일가나 고위 공직자, 정치인 같은 이들의 막말은 사적인 자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사회적으로 더욱 지탄을 받게 된다.


막말의 근원은 분노나 혐오 등의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감정이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깎아내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막말은 사회적으로 금기시하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서강대 언론대학원 김민경씨는 석사학위 논문 ‘막말이 청자의 태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서 막말에 동원되는 표현 대상을 성, 장애, 동물, 죽음 등 4가지로 구분했다. 성기 등 신체 부위나 성적 행위에 관한 표현을 욕으로 사용하는 관습은 성을 부정한 것으로 여기는 문화에서 자리잡은 현상이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특히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는 존재로 간주되면서 여성의 몸에 대한 심한 모멸이 반영됐다고 한다. 욕설로서의 성적 표현은 성적 억압에 대한 반발로도 해석된다. 외설적인 농담은 남성지배적인 측면이 있다는 진단은 조직 내에서 성희롱 발언의 화자가 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들이라는 사실과 맞아떨어진다. 장애는 신체적·정신적 다름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비하하는 분위기에서 욕설에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보’ ‘천치’ ‘병신’ ‘등신’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김씨는 “신체적 결함을 빗대어 하는 말로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야비함이 묻어 있다”고 지적했다.


막말로 망한 자, 막말로 흥한 자

막말은 대개 화자에게 타격을 준다. 한진그룹 조현아·조현민 자매와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직원 등에게 퍼부은 막말은 한진그룹 경영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 등을 한 혐의로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형(집행유예)을 받았다. 개그맨 등 방송인은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표현을 즐겨 쓰는 만큼 막말 논란에 쉽게 휩싸이는 부류다. 2012년 방송인 김구라씨가 10년 전 인터넷방송에서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를 창녀에 비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바 있고, 지난해에는 개그맨 엄용수씨가 아침방송에 나와 장애와 관련한 우스개를 늘어놨다가 장애인단체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고 공개사과를 했다.

막말 공무원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고위 공무원이 권위의식에 젖어 상대(국민)를 깔보는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12년 40대 부장판사가 재판에 출석한 60대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법복을 벗었고, 2016년 나향욱 당시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보도돼 파면됐었다(나 전 기획관은 징계가 과하다며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직급을 낮춰 복귀했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막말의 대표주자는 누가 뭐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거침없는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하고 있다. 그는 2017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초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꼬마 로켓맨’ ‘미치광이 늙은이’ 같은 막말을 주고받으며 국제사회를 전쟁의 불안에 빠뜨리기도 했다. 정치인 개인으로서 트럼프는 막말로 성공한 사례다. 그의 등장 이후 각국에서는 막말 정치인이 부상하거나 득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반이민주의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하며 4선에 성공했고, 막말로는 트럼프보다 더하다고 할 수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국내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외부에서 볼 때 두테르테의 인기는 이상할 정도다. 그는 마약사범 사살을 권장하는 자신을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에 비유하고, 자신의 마약 정책을 비판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개자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교 대다수가 동성애자”라고 말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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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에 환호하는 우리의 심리

같은 막말이라도 화자에 대한 반응은 듣는 사람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기도 한다. 자신과의 관계 등 개인적 요소와 함께 공적인 인물의 발언에 대해서는 정치적 입장 등 각종 견해의 일치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막말을 사용하는 경향이 짙다. 지난 2월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고 말한 김순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3위를 차지했고, 자유한국당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저딴 게 대통령이냐”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웠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무너지다시피 한 당의 존재감 회복을 위해 공개적 막말을 더욱 정략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벤치마킹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나경원 대표는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지지층 결집과 당내 지지도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최근 언론 칼럼에서 보통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대표연설을 하게 되면 적어도 1주일 전, 많으면 한 달 전부터 세심하게 연설문을 준비한다는 점을 설명하며 “나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해당 문안 자체가 고도로 기획되고 준비된 연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말은 신념이 담기지 않은 경우는 있어도 뚜렷한 정치적 목적 없이 발화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 심리 전문가는 “나 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과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인사들의 ‘귀태’ ‘그년’ 같은 발언에는 쾌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적 영역에서 막말은 선동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데 이중적 잣대가 존재하는 한 막말은 쉽게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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