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굳어가고 있지만 당신 향한 미소만은 ‘방긋’

루게릭병 김민희씨 사순절 고백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김민희씨가 최근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한양대병원에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이다. 우리는 언제 예수님의 사랑과 고난을 알 수 있을까. 젊고 건강하며 잘나갈 때가 아니다. 역설적으로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고백을 할 때, 즉 영혼이 가난해질 때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김민희(44·나눔교회)씨는 루게릭병(근위축성측색경화증)으로 인해 하나님을 만났다. 가장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됐다.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절망하지 않는다. 자신처럼 고통받는 환우들에게 하늘 소망을 전한다. 최근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한양대병원에서 김씨를 만났다. 따뜻한 봄 햇살이 반가운 날이었다. 환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밝고 맑은 표정이었다.

김민희씨가 인터뷰 도중 힘든 시기를 떠올리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절망 끝에서 만난 하나님

김씨의 병은 2013년 시작됐고 2016년 2월 한양대병원에서 확정을 받았다. 그러나 가족에게조차도 알리지 못했다. 절망의 터널에 갇혀 있었다. 김씨는 이때를 떠올리며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고 하니 절망했어요. 몇 년간 혼자 방황하며 다녔죠. 몸이 점점 굳어지고 제대로 못 걷는 상황이 됐죠. 2017년 부모님 집에 들어갔는데 너무 마음이 힘들어서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혼자선 죽을 수가 없었어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과 어떻게 죽을지 매일 상의했어요. 누군가 도와줘야 죽을 수 있는데 그분이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심한 우울증에 빠졌죠.”

먼저 하늘나라로 간 사람은 김씨의 꿈에 나타나 죽지 말라고, 먼 훗날 좋은 곳에서 만나자고 당부했다. 마음이 조금 평안해졌다. 그즈음 동생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 독실한 셋째 언니 부부가 그를 교회로 인도했다. 수원에 사는 언니 부부는 주일마다 서울에 올라와 김씨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교회를 몇 주 동안 찾았다.

“언니 부부는 제가 교회에 가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줬어요. 형부는 울면서 기도해주셨죠. 제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어요. 그렇게 해서 가게 된 나눔교회에서 두 달간 울기만 했어요. ‘하나님 왜 저한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처음엔 원망을 많이 했죠.”

지난해 3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궁근종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루게릭 환자는 수술을 받기 힘들었다. 호흡 마비가 생기고 마취에서 못 깨어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우여곡절 끝에 긴급 입원을 하고 무사히 수술했다. 그렇게 큰 산을 하나 넘었다.

환우 모임 통해 용기 얻어

지난해 6월 8일 ‘루게릭병 네트워크’ 모임을 다녀온 뒤로 삶의 의지가 생겼다.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충격을 받았어요. 13년, 20년 등 장기간 고통받는 중증 환자분들이 도리어 저에게 용기를 주고 실망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곳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죠. 절망하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재활운동을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창피한 것도 없이 얼굴이 탈 때까지 걸었어요.”

김씨는 지난해 8월 한양대병원에 입원해 병을 지연시키는 치료제 등을 받고 있다. 지금도 한 달에 열흘씩 병원에 입원한다. 현재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어머니가 김씨의 손발이 돼 주고 지인들이 방문해 그의 말동무가 되어 준다. 입이 마비되는 증상으로 호흡이 힘들뿐더러 말하는 것도 어눌하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입 모양을 보며 들어야 할 정도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 절망하지 않는다. 늘 방글방글 웃는다. 병원에서 초기 루게릭 환자를 보면 다정히 다가가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복지 혜택 등 필요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준다. 루게릭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면 주변 환우들이 김씨를 만나라고 권유할 정도로 그는 유명한 환자다.

아프기 전인 2014년쯤 찍은 김민희씨 모습.

주님이 주신 미션 ‘소망’ 전하는 것

“엄마는 저한테 병원에서 너무 나선다고 하세요(웃음). 어떻게 죽을까 생각만 하는 그분들이 너무 불쌍해요. 초기 환자의 마음은 정말 힘들거든요. 저도 경험했기에 잘 알지요. 하나님이 저한테 주신 미션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주라고 하시는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요.”

그는 아프기 전 교만했다고 했다. “세상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았다”며 크게 웃었다. 젊은 시절 방송 리포터, 모델 등으로 활동했으며 서울 강남에서 10년간 식당을 운영하며 많은 돈을 벌었다. 사업이 기울어진 뒤 지병으로 고통받는 아버지의 병원비를 책임지던 효녀였다. 김씨의 네 자매들은 돌아가며 그를 교회에 데려다주고 있다. 그중 직간접적으로 하나님을 알게된 자매들이 있다. 이를 본 조영민 나눔교회 목사는 그에게 ‘전도 왕’이라고 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는 시편 23편 1절 말씀으로 많은 위로를 받아요. 주님이 인도해 주시는 대로 하루를 살고 있어요. 감사하고요. 남은 생명,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으로 살고 싶어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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