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미션 > 전체

합병·후유증… 낙태, 결코 여성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낙태죄 폐지의 의료적 문제

차희제 (프로라이프의사회 회장)

“낙태죄가 폐지될 경우 심각한 혼란이 예상됩니다. 낙태는 급증하고 여성들의 건강은 피폐해질 겁니다. 생명경시 풍조도 빠르게 퍼지게 됩니다.”

낙태 반대 운동의 전면에 서 있는 차희제 프로라이프의사회 회장의 주장이다. 의사회는 2010년 1월 생명운동단체, 종교단체 등과 함께 낙태 근절과 생명 보호를 위해 설립한 단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차 회장은 18일 ‘낙태죄 폐지의 의료적 문제’라는 글을 발표했다. 차 회장의 입장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낙태죄가 폐지되면 심각한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낙태는 늘고 여성의 건강은 피폐해질 것이다. 젊은이들은 결혼과 가정을 도외시할 것이다. 낙태 허용으로 여성의 인권이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여전히 피임과 낙태는 여성들의 몫이고 남성들은 방관할 것이다.

강력한 남성책임법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미혼모의 요청이 있을 때 공권력이 동원되는 법이다. 미혼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대폭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런 법을 만든 뒤 낙태법 폐지 여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낙태가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생명의 소중함을 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낙태는 자궁에서 잘 자라는 아기를 인공적으로 없애는 수술이다. 순리에 반하는 수술을 받은 여성의 몸과 마음이 온전할 수 없다.

그런데도 낙태 옹호론자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절대 그렇지 않다. 프로라이프 계열 의사들뿐 아니라 반대 측 의사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낙태의 위험과 후유증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낙태는 결코 여성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심각한 합병증과 정신적 후유증이 찾아올 수 있다. 낙태 옹호론자들과 급진 여성주의자들은 인권을 앞세운 기만적 선동을 하고 있다. 현혹돼선 안 된다. 낙태는 생명의 근원이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다. 낙태하면 고민이 사라지고 행복했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 거짓이다.

한때 산아 제한을 위해 국가가 낙태를 장려할 때가 있었다. 현재는 다르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은 생명보다 낙태를 선택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낙태는 살인’ ‘낙태를 해서는 안 된다’ ‘낙태하지 말라’와 같은 원칙적이고 부정적인 접근으로 젊은이들을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태아는 18일부터 심장이 뛰고 40일째 눈의 형태가 나타나며(왼쪽 위) 6주 때는 고통을 느낀다. 7주 때 머리와 눈, 손 모양을 확인할 수 있으며(위 가운데), 8주 때 위액을 생산하고 지문이 생긴다. 11주에는 손톱이 생기고 양수를 마셨다 뱉는다. 12주 때는 잠을 자고 깨며 움직인다(오른쪽 위). 15주에는 청각이 생기고 기억력을 갖는다. 24주에는 발길질을 한다. 39주 때 웅크린 태아(오른쪽 아래)와 40주만에 갓 태어난 신생아(왼쪽 아래). 낙태반대운동연합 제공

앞으로의 생명 운동은 새로운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이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위기 임신 산모’는 ‘임신갈등 산모’로, ‘낙태죄 폐지’를 ‘낙태법 폐지’로 바꾸는 것 등이다. 낙태의 처참함을 전달하는 캠페인도 효과적이지만 생명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긍정적 캠페인도 확산돼야 한다.

급진 여성주의가 교회에도 깊숙이 침투했다. 교회 여성들의 활동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생명 강의를 못하는 지경이 됐다. 교육계와 의료계, 법조계 여성들이 자기 결정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판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헌재 재판관들의 면면을 보면 현행 낙태법을 손보겠다는 의견이 대세인 것 같다. 헌재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우리는 지속해서 생명운동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결코 견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생명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 생사를 다투는 문제와 선택의 문제를 같은 무게로 바라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 낙태금지법인 형법 269조와 270조를 보면 낙태죄 대상에 부녀가 있고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은 자가 있으며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있다. 단순히 여성인 부녀자에 대한 죄를 면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면 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 독일의 낙태법을 보면 낙태를 시술한 자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지만 낙태 당사자인 여성은 처벌하지 않거나 면제한다. 따라서 낙태 시술 의사들까지 죄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주장은 부당하다. 태아도 인간 생명이어서다. 낙태 시술은 생명을 죽이는 행위다. 의사들은 본분에 맞게 ‘의학적 판단’을 해야 한다. 결코 ‘사회·경제적 판단’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만약 낙태로 인한 금전적 이득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낙태가 만연됐을까.

모자보건법도 마찬가지다. 개정한다면 어디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태어나자마자 생존할 수 없는 중증 선천성 기형이나 미성년자의 임신 같은 경우 혹시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이런 상황도 원칙적으론 불가하다.

만약 사회·경제적 사유를 낙태 허용기준에 포함해 달라면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낙태 원인 중 대부분이 사회·경제적인 사유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임신 12주까지의 낙태는 여성의 의지대로 허용하자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리나라 낙태 수술의 85% 정도가 임신 6~8주에 시행된다. 그런데 기준을 임신 12주로 규정하면 낙태를 자유화하는 것과 같은 결론이 된다. 앞의 두 가지 주장을 수용하면 낙태 전면 허용과 같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덧붙여 인간 생명과 결부돼 한 생명이 죽느냐 사느냐의 절체절명의 문제를 다수결로 판단하거나 결정할 수는 없다. 무조건 법을 없애자는 주장을 앞세우기보다 선결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한 뒤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시점에서는 낙태죄를 유지하는 게 맞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