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계 내 한강에는 28개(잠수교와 반포대교 따로 계산)의 다리가 있다. 가장 서쪽에 신행주대교, 가장 동쪽엔 강동대교다. 지하철과 철도가 통과하는 철교는 잠실철교 한강철교 당산철교 마곡대교 등 4개다. 길이로는 마곡대교가 2930m로 가장 길다.

한강 다리의 역사는 119년 전인 1900년 시작됐다. 그해 7월 한강철교가 완공되면서다. 당시 한강 남쪽의 노량진역에서 끊겨 있던 경인선을 강북의 용산역과 연결시키기 위해 건설됐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두 번째 다리가 한강철교 바로 옆에 위치한 한강대교다. 1917년에 사람과 우마차가 다니도록 인도교(人道橋)로 건설됐다. 개통 당시 공식 명칭이 ‘한강 인도교’다.

‘제1한강교’로도 불린 한강 인도교는 슬픈 역사를 안고 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 북한군의 도강을 우려한 국군 지휘부가 북한군이 서울 도심에 들어서기도 전에 서둘러 이 다리를 폭파해 민간인 800여명이 사망했다.

서울시가 한강대교 남단 노들섬~노량진 구간의 쌍둥이 아치 다리 사이에 폭 10.5m, 길이 500m의 보행자 전용 다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보행자 다리가 완성되면 한강 인도교가 104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한강대교는 총연장 840m 중 교량 중앙의 노들섬을 기준으로 노량진 방향 381m가 아치형으로 돼 있다. 서울시는 일단 이 구간에 보행교를 조성한 다음 아치 구조가 없는 한강대교 북단 노들섬~용산 구간은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해 건설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국 뉴욕의 상징이자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를 염두에 뒀다고 했다. 뉴욕 중심부 맨해튼과 브루클린 섬을 잇는 이 다리는 1883년 완공된 세계 최초의 강철 케이블 현수교다. 130년이 넘었지만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1층은 차도, 2층은 보행로다. 연중 내내보행로는 마천루로 가득찬 맨해튼과 장엄하게 펼쳐진 허드슨만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렇게 사람이 몰리는 데는 맨해튼 남단의 뉴욕시 청사 광장에서 바로 브루클린 다리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한강대교 보행교도 서울의 명물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렇지만 서울시는 대교 남·북단의 복잡하게 얽힌 차도와 인공물로 다리 접근이 쉽지 않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듯하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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