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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인 자기결정권을 무한한 생명권보다 우월하다 왜곡

낙태죄 위헌소송 쟁점과 전망

낙태죄반대국민연합 등 44개 단체 회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폐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낙태죄 헌법소원심판 사건은 산부인과 의사 A씨가 2017년 2월 제기한 사건이다. 69차례 임신부의 승낙을 받아 낙태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됐는데, 낙태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씨가 문제 삼은 것은 형법 제269조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와 제270조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법률조항이다.

A씨는 “태아가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기 때문에 별개의 생명체로 모친과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여성의 임신 출산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반인에 의한 낙태는 의사에 의한 낙태보다 위험하고 불법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평등원칙을 위반하고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변했다.

고영일 자유와인권연구소장은 “이 사건의 핵심은 낙태죄를 비(非)범죄 하라는 것”이라면서 “여성단체와 페미니즘 운동가들은 모자보건법상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사유를 넓히고 12주 이내의 낙태 수술은 자유롭게 허용하라는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쟁점은 태아의 생명권과 관련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태아의 성장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생명권을 중시한 것이다.

당시 헌재는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라면서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밝혔다. 이어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해 모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낙태죄가 허용될 경우 나타날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했다. 당시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 장애나 실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 불가피한 경우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 볼 수 없으며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배인구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낙태 문제에는 인간 생존의 기본문제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유전학적, 의학적, 심리학적, 사회·정책적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있다”면서 “이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인간 생명을 어떻게 대하는지 볼 수 있는 이슈다. 태아 이전의 초기 인간 생명인 배아에 관한 관점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궁극적으로 낙태를 줄이기 위해 낙태건수를 파악하고 임신중단 시술병원과 임신중단에 관해 국가가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익명 출산을 위한 지원 등 임부에 대한 경제적·정신적 지원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도 “낙태죄는 유지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양육이 어려운 경우 국가가 양육을 도와주는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양육에 있어서 임신의 책임이 있는 남성도 양육비를 책임지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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