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가수 승리의 SNS에는 “우리는 널 믿어, 넌 혼자가 아니야” “사람들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자, 파이팅” 같은 응원글이 가득했다. 왜 스타들을 ‘아이돌(idol)’이라고 부르는지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들은 맹목적인 믿음과 사랑을 받는 ‘우상’이니 말이다.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들 중 우상까지는 아니어도 팬이었던 대상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대표 프로듀서였다.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부터 제작자로 변신해 내놓은 첫 그룹인 ‘킵식스’가 실패하고, 두 번째로 기획한 ‘지누션’의 음반이 히트했을 때는 반갑게 인터뷰한 기억도 있다. 이후 원타임과 세븐, 거미, 빅뱅, 2NE1까지 승승장구하며 ‘양군’(서태지와 아이들 활동 당시 별명)에서 ‘양싸’(양사장)로, 그리고 ‘양회장’이 되기까지 지켜봤다. 그래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지난 몇 주간 양 대표의 대처가 아쉽기만 하다.

승리는 중학생 때 YG의 연습생이 됐고, 빅뱅으로 13년간 활동하면서 YG가 가요계 3대 기획사의 자리에 올라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때문에 양 대표의 책임론이 들끓었고, 시민단체가 그를 ‘관리감독 소홀’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그는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승리에게 양 대표는 ‘우상’에 가까운 존재로 보인다. 승리는 지난해 7월 첫 솔로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자리에서 양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자랑했다. 또 “양현석 회장님을 롤모델로 삼고 그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양현석 회장님과 저의 성향이 비슷하다. 일하는 스타일, 일 진행 방식이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2017년에는 양 대표가 처음으로 자신의 생일파티를 열어줬다며 감격에 젖어 펑펑 우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YG는 승리의 은퇴 선언 이후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적어도 이때 직접 양 대표의 사과 발언이 있었어야 했다. 이후 YG 홈페이지에는 소속가수의 사인회 소식이 업데이트됐지만 사과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사과에도 때가 있다. 양 대표는 아무래도 그때를 놓친 듯하다.

늦게라도 양 대표는 대중의 분노와 냉소를 잠재울 수 있도록 물의를 일으킨 소속 연예인에 대해 책임을 묻고 일탈과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게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등 내부 시스템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YG가 이번 사건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버닝썬 사건이 연일 뉴스를 달구는 동안, 공교롭게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이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박진영은 “부모님들은 믿고 우리한테 자식을 맡기는 건데, 최소 여기 와 있는 동안은 내 책임”이라고 했고, 그가 항상 ‘진실, 성실, 겸손’을 강조한다고 말한 신인 걸그룹의 동영상은 베스트 클립이 됐다. YG는 보고 배우라는 댓글들과 함께.

어쩌면 양 대표는 이 글에 대해서도 “정중히 예의를 갖춰… 신경 끄시라고 전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그는 소속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선정적이어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직원의 보고에 “안 틀어주셔도 된다고 정중히… 예의를 갖춰 말씀드려라”고 지시한 대화방 캡처를 자신의 SNS에 올린 적이 있다). 그러나 그가 1998년 발매했던 유일무이한 솔로앨범을 샀던 팬의 자격으로 소나기가 지나가기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양현석이 답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양 대표의 SNS에는 이 모든 일련의 사건이 ‘YG 죽이기’이며 ‘빅뱅 해체 음모’라며, 힘내라는 말이 있었다. 그 역시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우상인 모양이다.

권혜숙 문화부장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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