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로 초이앤라거 갤러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갖고 있는 독일 작가 제니 브로신스키가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독일 쾰른에 본점이 있는 초이앤라거 갤러리는 덜 알려진 해외 젊은 작가를 집중 소개하고 있다. 초이앤라거 갤러리 제공

화랑가에서 외국 작가가 환영받고 있다. 해외 유명 갤러리의 한국 지점은 물론이고, 외국 작가만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국내 화랑도 등장하는 등 외국 작가 선호가 하나의 현상이 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초이앤라거 갤러리는 현재 독일의 30대 여성 작가 제니 브로신스키 개인전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초이앤라거 최선희 대표는 20일 “브로신스키는 영국 미국 덴마크 등 해외 전시 때마다 솔드아웃되는 작가다. 컬렉터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초이앤라거는 외국에서 뜨고 있는 이른바 ‘이머징 작가’를 전문으로 다룬다는 콘셉트로 2016년 문을 연 화랑이다. 매튜 스톤, 데일 루이스 등 30대 해외 작가만 소개해 매번 완판되는 이변을 낳았다. 중국 베이징을 무대로 활동했던 김수현 대표가 비슷한 시기에 개관한 수 갤러리 역시 중국의 바링허우(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 작가를 집중 취급한다.

미술시장의 외국 작가 마케팅은 페로탱(2106), 페이스(2017), 리만머핀(2018) 등 외국 유명 갤러리들이 잇달아 한국 지점을 낸 것이 기폭제가 됐다. 특히 ‘화랑계의 다크호스’로 불리던 갤러리엠 손엠마 대표가 자기 화랑을 휴업한 채 리만머핀의 ‘월급쟁이 디텍터’로 옮겨가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홍콩 바젤 아트페어에 진출하며 한국 작가 알리기에 나섰던 그가 거꾸로 국내에서 외국 작가 마케팅에 주력하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삼청동에 본점을 둔 학고재갤러리는 지난해 청담점을 오픈하면서 국내에 덜 알려진 외국 작가를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청담동의 터줏대감 박여숙화랑도 외국 작가를 공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그 신호탄으로 로버트 폴리도리의 ‘고요한 공간의 시학’전을 열고 있다.

이런 현상에는 SNS가 활성화되면서 외국 작가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한국 컬렉터들 사이에 공유되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미국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지난해 말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했다. 데이비드 즈워너 홍콩 갤러리 제니퍼 영 대표는 “홍콩 갤러리를 오픈하면서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었다. 한국 컬렉터들이 의외로 온라인 전시만 보고도 작품 구매를 많이 했다”며 참가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2010년 중반 큰 인기를 누렸던 단색화 이후 새로운 블루칩이 없는 상황에서 대체재로 해외 작가를 찾는 분위기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작가, 특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값 부풀리기도 화랑들이 한국 작가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 기록이 없어 시장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데도 전시 경력 등을 내세워 스스로 자신의 작품 가격을 매기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 A갤러리 관계자는 “해외 전시 경험도 없는 우리나라 30~40대 작가들이 훨씬 스펙이 좋은 외국 작가보다 작품 가격을 비싸게 부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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