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해다. 이 해 오뚜기·동원·매일유업·한국야쿠르트가 설립되면서 밥에 비벼먹기 좋은 카레와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 참치캔, 상온에서 10주간 보관 가능한 우유 등이 차례로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소비자가 다양한 가공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오뚜기·동원·매일유업·한국야쿠르트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들은 반세기 동안 소비자들에게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먹거리를 선보이며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빙그레, 동서식품 등과 함께 국내 주요 식품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1969년생 동갑내기 업체들은 최근 출생률 감소와 내수 침체 등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신제품 출시 및 사업 다변화 등을 통해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출시 당시 오뚜기 즉석 카레 제품 사진. 오뚜기 제공

1969년은 한국이 13.8%라는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달러를 넘긴 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4일 “(1969년은) 한국 경제가 큰 폭으로 성장하며 국민 소득도 높아진 시기”라며 “소득이 증가하니 자연스레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동원·매일유업·한국야쿠르트가 같은 해 탄생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소비자행동 전공) 교수는 “식품업의 경우 다른 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고 강조했다.

초창기 카레와, 참치, 우유·분유, 야쿠르트 등 핵심 상품 한두 개를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가던 이들은 이후 햄과 김, 짜장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째 출생률이 하락하며 어려움에 빠졌다. 음식을 먹는 것은 결국 사람인데 이를 소비할 입이 갈수록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식품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비행기를 통해 젖소를 국내로 들여오는 모습. 매일유업 제공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생아 수는 32만6900명으로, 2012년과 비교하면 약 16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신생아 수 감소는 곧바로 우유 소비와도 직결됐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12년 28.1㎏이던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는 2017년 26.6㎏으로 하락했다. 인구·출생률 감소가 우유 소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인구는 늘고 있지만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시점이 오면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국내 총인구 감소 시점이 2028년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1969년생 동갑내기 업체들은 창립 50주년 행사를 최대한 간단하게 치를 예정이다.

오뚜기·동원·매일유업·한국야쿠르트는 신제품 출시,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활로 모색에 나섰다.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그 수요가 매년 늘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내놓거나 건강관리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도전하는 식이다.

오뚜기가 얼마 전 내놓은 ‘쇠고기미역국라면’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출시 2달 만에 1000만개 넘게 팔렸다. 동원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디섹이 보유하던 BIDC 지분 51.04%를 370억원에 인수했다. 2008년에는 미국 최대 참치캔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매일유업의 성인영양식인 ‘셀렉스’의 라인업. 매일유업 제공

매일유업은 생애주기별 영양설계 전문 브랜드 ‘매일 헬스 뉴트리션’을 론칭하고 그 첫 번째 제품라인으로 ‘셀렉스’를 선보이며 성인영양식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장 건강에 초점을 맞춘 ‘장케어 프로젝트 MPRO3’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 제품은 한국야쿠르트의 유산균 3종을 혼합한 특허 유산균을 사용해 만들었다. 아울러 지난해 HMR 브랜드 ‘잇츠온’을 출시하고 시장 몰이에 한창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식품산업(식품제조+외식) 규모는 약 205조원을 기록했다. 직전년(약 192조)과 비교하면 성장했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 교수는 “식품업계가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변화에 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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