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독립운동 그때로 시간여행 온 듯”

[3·1운동 100주년과 한국교회] 서울YMCA, 시민 대상 ‘독립운동 기독 유적지 답사’

이덕주 전 감신대 교수(오른쪽)가 23일 서울 중구 정동길 정동제일교회 벧엘예배당 앞에서 서울YMCA 독립운동 기독 유적지 답사 참가자들에게 3·1운동에 참여했던 이 교회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1919년 1월 22일 조선총독부는 고종황제가 덕수궁 함녕전에서 승하했고 3월 3일 국장을 치른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민 사이엔 황제가 독살됐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죠. 억눌려있던 분노가 터졌고 결국 3·1 만세운동으로 귀결됐습니다. 바로 이 자리가 독립운동의 출발점입니다.”

이덕주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가 2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덕수궁 입구에서 고종황제의 승하가 3·1운동의 불씨를 당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YMCA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독립운동과 기독 유적지 시민답사’ 현장에서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20여명의 참가자들은 다섯 시간 동안 독립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현장을 밟았다. 덕수궁을 출발한 이들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정동교회, 보성사 터, 승동교회, 태화관, 탑골공원, 서울YMCA를 찾았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다 일제강점기 고등법원으로 사용하던 서울시립미술관을 끼고 돌아가니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이 나타났다. 1916년 완공한 배재학당 건물에 마련된 박물관은 빌딩숲 속에서 100년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다. 이 전 교수는 옛 교실을 재현해 놓은 1층 체험교실로 참가자들을 안내했다. 그는 작은 걸상에 앉은 참가자들에게 배재학당 학생과 교사들이 3·1운동에 참여하고 선교사들은 학생들의 독립운동을 도왔던 이야기를 소개했다. 설명이 끝난 뒤엔 건물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목조계단을 밟을 때마다 나는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듯했다.

1885년 설립된 정동제일교회에 들어서자 진눈깨비가 쏟아졌다. 이 전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회는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담임이던 이필주 목사와 박동완 전도사가 민족대표로 참여했고 서울 시내 미션스쿨 대표들도 여기에 모여 거사를 모의했죠. 일경의 눈을 피해 독립선언서를 등사기로 찍어낸 곳도 이곳입니다.”

최연소 참가자인 김지영(17)양은 “유관순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본 뒤 3·1 만세운동과 독립운동 역사에 큰 관심이 생겨 엄마를 졸라 함께 참여했다”면서 “독립을 꿈꾸며 거사를 구체적으로 계획했던 현장을 둘러보니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이 전 교수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는 없지만 100년 전 독립의 열기가 꿈틀거렸던 공간에선 과거와 마주할 수 있다”면서 “역사 현장 답사는 독립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입체적으로 전환해 주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울YMCA는 지방과 해외의 독립운동 현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주건일 서울YMCA 시민사회운동부 간사는 “참가자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 놀랐다”면서 “제암리 교회 학살 현장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에 있는 독립운동 현장을 답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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