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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논평] 버닝 선(burning sun)

뒷골목에서 ‘불타는 태양’이 아니라 삶의 현장서 ‘불타는 태양’ 만들어야


버닝 선(burning sun). 불타는 태양, 작열(灼熱)하는 태양이라는 의미이다. 듣기만 해도 힘이 솟고 열정이 느껴지는 참 좋은 단어 같다. 지구촌의 모든 생명체는 이글거리는(불타는) 태양으로 생명을 더 풍성하게 한다. 그래서 불타는 태양은 생명의 풍성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좋은 이름이 젊은이들의 꿈과 비전의 새 역사 현장에서 쓰인 말이 아니라 저 뒷골목 음습한 사각지대 유흥업소 이름으로 쓰였고 그 유흥업소에서 참으로 부끄러운 범죄 행위가 저질러졌다. 범죄를 적발하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경찰이나 검찰, 그것도 사회지도자들과 국가 고급공무원의 일탈이 일상화되어서 세간에 부끄러운 고유명사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뒷골목 아이들의 불장난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움직여 가는 주류 세력들이 벌인 이 수치스런 일탈에 온통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연일 신문이나 방송은 물론 인터넷의 중요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방송사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집중 보도되기에 이르렀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철저 조사를 명했다. 큰 문제임에 틀림없고 철저히 조사해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세우려는 이름 없는 수많은 구성원의 수고가 헛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염려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의 문제, 관심의 문제, 우리의 힘과 능력을 쏟아부어 세워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큰 사건이고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가 온통 이런 문제에 매달려야 하는가의 반성이다. 연일 머리기사로 장식되는 이런 문제들을 보면서 왜 우리가 여기에 이렇게들 집착해야 하는가, 어느 때는 대중매체들이 그 막강한 위력으로 우리 국민을 집단 관음증 환자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한다.

뒷골목의 불의는 청소해야 하고 불의한 세력들은 척결해야 하지만 그건 사직 당국에 맡기고 우린 좀 더 건설적인, 음습한 뒷골목에서 불타는 태양이 아니라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불타는 태양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특히 우리 사회의 여론, 때로는 국민의 사고방식까지 지배하는, 시대정신을 만들어 가는 언론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 여론 주도에 이용되지 말고 건전한 국민정신을 만들어 가는 더 긍정적 미디어로 사용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몇 날 며칠이고 이런 문제에 매달려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늘 언론의 기능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갖다 주는 기능도 중요하지만 ‘원해야 할 것을 원하도록’ 이끌어 가는 기능 역시 간과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매체들이 온통 옐로 페이퍼(yellow paper)로 변질돼 가는 것 같은 우려로 가슴 조이는 것은 나만의 노파심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기도해야 할 중요한 걱정거리이다. 그건 사직 당국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고 국민 모두는 이런 일에 집착하기보다 더 건설적인 사회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는 정말 그들의 일탈보다 이를 대치하는 우리 사회의 대응을 보면서 더 큰 염려에 빠진다. 아담 이래 인류 역사에 악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악에 대처하는 사회적 방식이 문제이다. 국민의 관심사를 이끌어 가야 할 여론이나 세워 가야 할 국민정신,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의 보도기능이 더 이상 국민 집단 관음증을 부추기고 선동하는 일에 오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우리 국가 지도자들 역시 수많은 국정을 난맥상으로 방치한 채 과거 문제에 얽매이기보다는 희망, 가능성을 열어가는 일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다. 태양(해)이 뒷골목 범죄의 소굴에서 불타지 말고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서 창조적 관심으로 불타기를 소망해 본다.

이만규 원로목사 (서울 신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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