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브랜드 부가티의 창립자 에토레 부가티는 이런 말을 하고 다녔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차를 만든다. 누가 사겠다고 하면, 글쎄… 팔 수도 있겠지.” 그는 엔지니어보다 예술가에 가까웠다. 할아버지는 건축가, 아버지는 디자이너, 동생은 조각가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집안에서 1881년 태어났다. 예술학교에 다녔는데 아버지의 제안으로 모터사이클 회사에 취직했다. 이륜차, 삼륜차, 사륜차를 차례로 디자인하며 두각을 보인 뒤 1909년 프랑스에서 자기 이름을 딴 자동차회사를 차렸다. 명성을 얻은 건 자동차경주를 통해서였다. 1924년 선보인 부가티 T35는 당시 이미 시속 190㎞로 달렸고 리옹그랑프리부터 시작해 10년간 1000번 넘게 우승했다. 이런 고성능 차를 1947년 숨질 때까지 38년간 7000대밖에 만들지 않았다. 예술 하듯 차를 만들어서인지 고객에게는 무척 까칠했다. 부가티 T55를 사간 사람이 “추운 날 아침에 시동이 잘 안 걸린다”고 불평하자 그는 “이봐요, T55를 가지려면 난방이 된 주차장쯤은 있어야 할 것 아니요”라고 했다.

그가 사망한 뒤 명맥이 끊겼던 부가티 브랜드는 몇몇 사업가의 손을 거쳐 1998년 폭스바겐그룹에 넘어갔다. 폭스바겐은 부가티를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가장 성능이 좋고, 가장 비싼 차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듬해부터 개발해 2005년 마침내 내놓은 차가 부가티 베이론이었다. 최고출력 1001마력에 최고시속 407㎞. 10년간 450대만 팔고 단종했는데 평균 가격은 28억원이었다. 유지비는 더 믿기 어렵다. 엔진오일 가는 데 2300만원, 휠과 타이어 세트를 교환하는 데 1억6000만원, 스마트키를 분실해 새로 만들려면 최고 1억원이 든다. 이런 차를 사기 혐의로 수감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동생이 갖고 있었다. 일본에서 2011년형 중고차를 26억원에 사왔다고 한다. 형과 함께 구속됐다가 지난해 11월 먼저 풀려나 이 차를 팔려 했지만 배터리 등 수리가 필요했다. 싱가포르 부가티에서 기술자를 불러다 3000만원 들여 손을 본 뒤에야 팔 수 있었다.

그렇게 차를 판 날 그 돈 때문에 이씨 형제의 부모가 살해됐다. 부(富)를 과시하려던 차가 끔찍한 죽음을 불렀다. 애초에 사기로 일군 부였으니 비극은 예고됐던 건지도 모르겠다. 저런 차는 엄두도 못내는 처지가 차라리 다행스럽다 싶은데, 그걸 20억원에 턱 사간 사람이 있다니까 왠지 묘한 박탈감도 들고, 여러 모로 혼란스러운 사건이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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