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거부할 수 없는 ‘챗봇 물결’… 일자리 잠식은 고민

기계가 콜센터 인력 대체하면 전 세계 은행 4년 내 73억 달러 절약… 국내 금융권도 챗봇 서비스 확대


“챗봇을 활용할 계획은 없느냐고 묻더라.” 낭독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한 스타트업 기업의 담당자는 최근 벤처캐피털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들은 첫 질문이 ‘챗봇’이었다고 24일 전했다. 성우를 쓰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투자자는 “요즘은 유행 같은 것”이라며 챗봇 사용 능력을 거듭 확인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인 챗봇은 이제 보편적 기술이다. 문자메시지 대화 형식의 응답에서 벗어나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음성을 제공하기도 한다. 금융권에서 기계가 콜센터 노동자들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코뱃은 지난달 “카드 재발급 등 일반적인 업무는 시스템 대체가 가능하다” “운영 인력 1만명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세계 유수 은행들은 수년 전부터 챗봇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에리카, 홍콩상하이은행(HBSC)의 에이미, 도이치방크의 데비, ING그룹의 잉가 등이 유명하다. 시장조사기관 주니퍼리서치는 챗봇 도입으로 세계 은행권이 2023년까지 아끼는 돈은 73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단순히 인건비를 절감하는 게 목표는 아니다. 씨티그룹의 경우 먼 미래를 보고 기술 개발에 매년 80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챗봇의 능력과 효과가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 수준을 넘어서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위스 금융기업 UBS와 뉴질랜드 AI 전문 벤처기업 페이스미가 독특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UBS의 다니엘 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아예 ‘디지털 복제’해 고객 상담업무에 투입하는 것이다. 캐나다의 대형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에선 챗봇의 고객 대응이 90%가량 정확도를 보이는 수준이라 한다. 신용카드 고객 문의 내용을 130개 이상의 사례로 분류해 프로그래밍한 결과다. RBC의 가상 비서인 ‘노미’는 첫 8개월간 고객 요청 2억건을 정확히 처리했다. 고객의 모바일뱅킹 앱 접속 빈도는 평균 주 3회에서 5회로 늘고 예금 계좌 수도 20% 증가했다.

국내 금융권에서 챗봇 서비스가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카드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은행권의 챗봇은 조회, 송금 같은 상대적으로 ‘쉬운 업무’뿐만 아니라 대출 연장, 이자상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자체개발 인공지능 금융비서 ‘하이’는 지난 21일 아시안뱅커지가 개최한 ‘2019 인터내셔널 리테일 파이낸스어워드’에서 챗봇 서비스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금융비서가 손님과의 1대 1 대화를 통해 의도를 파악하고 실제 상품 가입까지 도와주는 매우 혁신적이고 새로운 방식의 금융 서비스”라는 게 수상 이유였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음성 상담으로까지 업그레이드된 ‘콜봇’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챗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은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AI 기반의 자동화 시대가 열리면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여성정책연구소(IWPR)는 “자동화로 위험에 처하는 노동자의 58%는 여성”이라고 예측했다. 행정보조, 사무, 경리 등의 직종에서 여성 노동자의 종사 비중이 높은 현실 때문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