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간호학과 소속 일부 남학생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수개월간 같은 과 여학생과 여교수를 거론하며 성희롱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단톡방 성희롱이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일부 연예인뿐 아니라 예비 간호사, 교사 등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대 간호학과 단톡방 피해자 A씨는 24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2015년 초부터 남학생 20여명이 있는 단톡방에서 공공연한 성희롱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를 비롯한 주동자 6명은 채팅방에서 “MT가서 다 같이 XX하고 싶다”거나 “○○(여학생)을 강간하고 싶다”는 발언 등을 서슴없이 했다. 또 수업 중 발표하는 동기 여학생을 몰래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성희롱성 발언도 했다. 젊은 여성 교수를 향해서까지 성적 흥분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

단톡방 성희롱은 6개월 이상 지속되다 2015년 가을 수면 위로 불거졌다. 10월 중순 학교 내 성폭력 위원회 및 징계 위원회가 열렸고 해당 학생들은 정학 처분 및 사과문 작성, 성교육 이수 처분을 받았다. 가해자들은 정학기간 군에 입대한 뒤 복학해 학교를 다니고 있다.

A씨와 몇몇 피해자들은 같은 과 학생들에게서 2차 피해도 받았다. 사건이 알려진 뒤 학과 단체 대화방에는 “가뜩이나 경북대 (학생은) 서울 취업할 때 이미지 좋지 않다던데 이게 공론화되면 우리 어디 가?” “답답한 마음도 이해하지만 나머지가 곤란해지는 건 좀 아닌 듯” “뭘 원해서 올렸는지 제일 궁금하다” 등 피해 학생을 압박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A씨와 피해 학생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현재까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경북대 학생 중 1명은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단체카톡방 내 성희롱, 간호사가 되지 못하게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렸다.

피해자로 보이는 청원자는 “(현재) 3~4학년 재학 중인 가해자들이 병원 실습을 나가 여성 환자와 간호사 등을 보면서도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할까봐 두렵다”고 썼다.

단톡방 성희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경인교대 체육교육과 남학생들의 단톡방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오간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사자가 없는 단톡방 내 성희롱은 성범죄가 성립되지 않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공연한 상황(공연성)이 인정돼야만 한다.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걱정해 포기하는 사례가 많고, 처벌이 이뤄져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사건은 가해자가 예비 교사나 간호사 등 주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직업군에 속해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재련 법무법인온세상 대표변호사는 “인격을 성장시켜야 할 교사나 몸에 대한 처분권을 갖지 못하는 환자를 보살피는 의료인은 다른 전공보다 더 고도의 성인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해를 무신경하게 방관하는 것 자체도 극심한 피해를 유발한다는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찬성 포항공대 성희롱·성폭력 자문 변호사는 “방관자의 존재 자체가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도 “나머지 사람들이 그렇게 방관했다는 사실이 가장 괴로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모두가 이런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최지웅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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