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통화정책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것은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이며 국제금융결제의 핵심수단인 미국 달러의 공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달러 공급을 줄이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유동성 부족으로 경제여건이 취약한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하곤 했다. 그것이 최근까지 연준의 금리 인상에 세계 각국이 촉각을 세웠던 이유다.

그런데 지난 20일 연준은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현행 2.25~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는 표현을 통해 경기 약화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며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공식화했다. 지난 1월 세계 경제학계 최대 행사로 1만3000여명의 경제학자가 모였던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벤 버냉키와 재닛 옐런 두 전직 의장과 함께 물가가 안정적이면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고 했던 언급이 이제 3월 미국 중앙은행의 입장으로 선언된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1.5%(연간 기준)로 1월 1.6%에 비해 낮아졌다. 또한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로 통화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월에 시장예측보다 낮은 2.1%로 1월 2.2%에서 하락했는데, 이는 2018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또한 연준은 금리 동결과 함께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선회한다고 더욱 분명히 밝혔는데, 연준의 자산 축소를 9월 말 종료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시중 채권을 사들이고 달러를 푸는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보유자산이 크게 증가했었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자 양적완화와 반대 방향으로 채권을 매각하고 달러를 사들여서 과거에 증가했던 연준의 보유자산을 최근까지 축소하고 있었는데, 이를 중지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 등 국제경기 상황이 약화되며 이처럼 글로벌 통화정책의 선회 가능성이 높아지던 지난해 11월 30일 한국은행은 오히려 금리를 인상했다. 사실 당시 한국 경제의 여러 지표는 금리 인하가 이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었다. 특히 노동비용이 정책적으로 증가한 결과 충격이 심해서 고용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 그나마 반도체에 의존했던 수출경기도 둔화가 우려되던 시점이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 때문에 행정부에서 금리 인상을 원하는 것으로 해석될 발언을 하던 측면을 제외하면, 통화당국이 ‘금융 불안정성’을 강조하며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낼 시점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당시 주택가격 상승은 서울, 특히 강남과 도심 중심이었고, 서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는 심지어 부산 등 주요 대도시까지 지방은 전체적으로 심각한 하락압력에 직면하고 있어서 금리 대응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실제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도 유사하다. 미국에서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것이 2008년 9월인데, 우리 통화당국은 바로 그 직전인 8월 5.25%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사실 그때도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이었다. 결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중금리가 치솟으며 경제가 긴박한 위기에 처하자, 10월 9일 5.0%로 인하하고 다시 같은 달 27일 4.25%로 추가 인하하고 그해 말 3%까지 낮추게 된다.

통화정책은 실물경기와 글로벌 환경을 고려하며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판단은 철저히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에 기초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지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통화정책이 선회하는 이유다. 통화정책과 금리 결정은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물가와 환율, 국제경쟁력, 경기 등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즉, 금리의 영향력은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커서 전문가적 식견과 분석에 따라 거시경제 전반을 고려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과 같은 개별 이슈는 광범위한 통화정책보다는 직접 대상에 적용하는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그럼에도 모든 판단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때로는 외부환경이 급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특정 문제를 위해 거시수단인 통화정책을 쓴다든지, 정서 등 비경제적인 고려가 통화정책 결정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 그 판단이 성공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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