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인데도 소주 판매는 늘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소주성’ 때문에 국민이 화가 나서 소주를 더 마셨다는 말도 있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은 기존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줄 것 같은 뉘앙스의 용어를 차용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가는 자산 및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균 이하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국내 소비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선의로 해석된다. 소득주도성장의 구체적 수단 중의 하나가 최저임금의 인상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정책이 그 뒤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소주성에 대한 현실적 평가는 이미 지난 2년 동안의 경제 성적표가 말해주고 있다. 역사적인 경험으로 볼 때, 경제정책은 그 목표가 아무리 순수하고 좋아도 결과가 반대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한국경제는 수출과 내수의 쌍발 엔진으로 날아가야 하는데, 내수 엔진이 꺼진 지 한참 됐다. 수출과 내수가 결과적으로 국내시장에서 잘 연계돼 낙수효과가 존재할 때는 투자와 고용과 소비의 선순환이 큰 문제 없이 이뤄져 한국경제가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면서 순풍에 돛단배처럼 순항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부터 한국경제는 더 이상 구조적으로 낙수효과는 존재하지 않게 됐고 지난 20여년 동안 경제 사회 모든 부문에서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더 이상 미래경제에 대한 희망도, 성장잠재력의 유지도, 모험투자에 대한 유인도 꺼져가는 위기에 봉착한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캠프의 경제참모들도 이런 현상을 주목하고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낙수효과 대신 소위 분수효과를 위해 그 상징성이 매우 큰 소주성을 제1의 경제공약으로 내세운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선거공학적 접근방식으로서 노동자들의 표를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소주성은 한국경제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근본적 치유방식이 될 수 없고, 꺼져가는 성장잠재력을 다시 살리거나 모험투자를 통해 혁신성장을 일으킬 근본적 대책도 될 수 없다. 진단은 맞으나 처방이 틀렸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경제력 집중의 폐단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근본적 대책을 도외시한 채, 구조적 곁가지로 보이는 소주성만 외치면 원하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인가.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재벌 적폐청산은 너무도 거대한 대상이라 겁이 나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참여정부처럼 경제는 망가지지만 않게 재벌들에게 맡기고 다른 사회개혁에 매진하려던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정말로 대착각이다. 누구 말처럼, 정말로, “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것을 아직도 모른다는 말인가.

경제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다 무너진다는 건 외면할 수 없는 역사적 교훈이다. 북·미 회담이 급반전해 완전 비핵화와 완전 제재 해제가 동시에 이뤄진다 해도 북한을 도울 수 있는 남한의 경제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탄탄해야 할 것 아닌가. 경제력 집중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소되면 대·중소기업의 균형발전모드가 작동해,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지금처럼 사회적 약자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는 정책실패는 최소한 막을 수 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어떤 경제전문가도 한국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견·중소기업의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점, 낙수효과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위해 비록 힘들고 어려워 보여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재벌 대기업의 동물원 경제구조를 혁파해 경제력 집중의 적폐를 청산하는 구조개혁이다. 최근 부쩍 강조하는 혁신성장도 구조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구조개혁을 통해 4차 산업 시대에 새롭게 적응하는 제조업의 경쟁력 소생 및 혁신성장을 이루고, 재벌 지배구조개혁 및 경영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노동소득이 증대되고, 이런 시장친화적 낙수효과가 곳곳에서 일어나 많은 일자리가 공급되는 선순환으로까지 연결되면 대한민국은 소주성이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춤추는 성이 될 것이다.

권영준 한국뉴욕주립대 경영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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