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나 무전기가 없던 시절, 가장 빠른 통신수단은 비둘기였다. 비둘기 발목에 전할 내용을 묶어 날려 보내면 수백 ㎞ 떨어진 곳도 신통하게 잘 찾아간다. 적토마라 한들 비둘기의 비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전서구(傳書鳩)의 역할은 사라졌지만 경주용 비둘기 수요는 꾸준하다. 얼마 전 중국의 한 경매에 ‘아만도’라는 이름의 전서구 한 마리가 무려 140만 달러(15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전서구 경주가 인기인 중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비둘기는 예로부터 인간과 친숙한 새다. 노아에게 올리브 잎사귀를 물어다 준 새도 비둘기였다. 올리브는 평화의 나무다. 올리브를 물고 온 비둘기 또한 평화의 상징이 됐다. 그 이미지 때문인지 비둘기는 도시 한가운데 터를 잡는 데 사람의 적대적 간섭이 없었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제외하고 가장 자주, 가장 많이 접하는 녀석이 됐다. 출퇴근길이나 등하굣길엔 어김없이 녀석들과 마주치게 된다.

비둘기가 도시를 점령하면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아파트 빈틈에 둥지를 트는가 하면 자동차에 배설하는 일은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좋은 일이라면 비둘기 배설물 청소 및 퇴치 업체가 생겨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제 비둘기 하면 ‘평화’보다는 ‘비위생적’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훨씬 많다. 2009년 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인간이 반격을 시작했으나 녀석들의 행패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비둘기는 야생동물이다. 야생동물은 사람을 보면 도망가기 바쁜데 녀석은 예외다.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갈 생각을 않는다. 뒤뚱뒤뚱 오리걸음으로 몇 발짝 움직이면 그만이다. 먹이를 구하기 손쉬운 도시에서 비둘기는 야성을 잃어버렸다. 천적도 없고, 먹이를 구하러 멀리 날지 않아도 되는 도시에서 비둘기는 더 이상 날 필요가 없어졌다. 닭둘기는 옛말이고 돼둘기(돼지+비둘기)도 숱하다.

녀석들이 사람 무서워 않는 건 괜찮다. 덩달아 자동차까지 무서워하지 않는 게 문제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로드킬 당한 녀석들의 사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그 빈도가 늘었다. 천적도 없는 데다 번식력까지 강하니 비둘기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시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비둘기에게 피임약을 먹이고 있다고 한다. 사람과 비둘기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비둘기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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