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DB

“교통비 부담 때문에 약속을 취소한 적도 있어요. 왠지 모르게 서러워서 눈물이 났습니다.”

대학생 박지훈(가명·25)씨가 말했다. 박씨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집에서 서울 서대문구 학교까지 광역버스로 통학한다. 버스비는 편도 2500원인데 이게 쌓이면 한 달에 10만원이 넘는다. 박씨는 25일 “등록금하고 주거비 내면 지갑이 텅 빈다”며 “교통비가 푼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용돈 받아 생활하는 돈 없는 대학생에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조진혁(가명·23)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씨는 “스펙을 쌓기 위해 주말마다 공모전 모임이나 봉사활동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교통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사는 양수진(가명·25)씨는 교통비 때문에 대학 기숙사 입주를 고민했지만, 수도권 거주자는 선정이 어렵다는 학교 측의 설명에 포기했다. 양씨는 “대학생도 주머니 사정은 고등학생과 별로 차이가 없는데 대중교통 요금은 성인 요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지하철 기본요금은 성인 1250원, 청소년 720원이다. 만 18세가 넘으면 성인 요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법마다 청소년을 규정하는 나이가 다르다. 청소년기본법 청소년복지법 청소년활동법은 만 9~24세,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성보호법 영화비디오법은 만 19세 미만, 게임산업진흥법은 만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 24세 이하 대학생들이 성인 요금을 내야 하는 이유는 대중교통 할인의 근거가 되는 청소년복지지원법이 청소년을 만 13세 이상 만 18세 이하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만 24세까지는 각종 문화재 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을 준다. 만 19세 이상은 선거권을 갖지만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청소년으로 남아 있다.

대학생들이 대중교통비 할인 혜택을 받았던 적도 있다. 서울시는 2004년까지 대학생들이 지하철 정액원을 구입할 때 20% 추가 혜택을 줬다. 지하철 정액권 1만원어치를 구매하면서 학생증을 내면 1만2000원을 충전해주는 식이었다. 대학생과 비대학생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의 논란도 있었다. 이 제도가 폐지된 결정적인 원인은 예산 때문이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청년들에게 교통비 혜택을 주고 싶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을 희박하다”고 말했다. 대구는 2006년 10월, 부산과 광주는 2016년 8월에 대학생 할인제를 폐지했다.

일부 20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서준(가명·25)씨는 “예산이 문제라면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청년들의 혜택을 없앨 게 아니라 차라리 ‘노인 무임승차’ 나이를 높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터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대부분 유럽국가에선 나이와 상관없이 학생 신분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할인된 금액을 적용한다. 영국 런던은 학생 신분이면 교통요금의 30%를 깎아주고, 대만은 학생증만 있으면 대중교통 이용 시 20% 할인을 받는다.

자료=국민일보·대학내일20대연구소

20대 중에선 청소년과 성인 요금 사이에 대학생 요금을 따로 책정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국민일보 ‘취재대행소 왱’과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1월 11~14일 전국 20대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바일 여론조사에서 ‘대학생의 대중교통 적정요금’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32.3%가 ‘일반요금과 청소년 요금 사이의 대학생 요금’이라고 답했다. 청소년 요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16.7%였다. 김미영(가명·23)씨는 “성인과 청소년의 중간요금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대중교통비 할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서울시의회 김용석 의원 등은 만 24세까지 대중교통 할인을 적용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2014년 발의했지만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 이 조례안이 시행되려면 연평균 약 16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많은 예산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청년 복지 차원에서 서울시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기사 작성=황지현 박민희 황희정, 도움=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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