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액상 전자담배 사용자 10명 가운데 8명 정도는 금연 목적이나 ‘덜 해로움’ ‘냄새 덜 남’ 등을 이유로 전자담배를 시작하지만 실제론 이들의 약 85%가 일반담배(궐련)를 함께 피우는 ‘중복 흡연자(dual user)’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복 흡연은 니코틴 중독과 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고 흡연율 감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배재대 실버보건학과 박명배 교수는 2014~2016년 19세 이상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 가운데 소변 속 코티닌 측정 수치가 확보된 1만5099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이 같은 결과를 국제 학술지 ‘담배와 질병(Tobacco Induced Diseases)’ 최신호에 발표했다. 국내 액상 전자담배 사용 실태를 실제 국민건강 데이터를 활용해 밝힌 연구는 처음이다.

액상 전자담배는 각종 향이 들어간 니코틴액을 전기장치로 가열해 나오는 증기를 흡입하는 형태다. 코티닌은 담배 사용 혹은 연기 노출에 따라 소변에서 검출되는 니코틴의 1차 부산물로, 니코틴 중독 위험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연구 결과 전체의 76.4%(1만2182명)는 비흡연자였다. 20.9%(2627명)는 궐련, 2.3%(246명)는 궐련과 전자담배를 함께 피우고 있었다. 0.4%(44명)는 전자담배 흡연자였다. 전체 전자담배 사용자(290명)의 84.8%(246명)가 중복 흡연자였던 셈이다.

일반담배 흡연자와 중복 흡연자의 하루 평균 궐련 흡연량은 각 14.1개비, 14.5개비로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즉 전자담배 사용자의 궐련 흡연량은 그대로이면서 전자담배만 추가로 더 피우게 된다는 얘기다.

소변 속 코티닌 농도는 중복 흡연자가 1030.5ng/㎖로 가장 높았고 궐련 흡연자(842.5ng/㎖), 전자담배 흡연자(119.5ng/㎖), 비흡연자(0.8ng/㎖) 순이었다. 중복 흡연자의 경우 전자담배만 사용한 그룹에 비해 10배 가까이, 궐련 흡연자보다는 약 25% 코티닌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이다.

전자담배 사용 이유는 금연 목적이 45.2%로 가장 많았고 덜 유해해서(19.4%), 호기심(15.6%), 냄새가 덜 나서(12.8%), 실내에서 흡연할 수 있어서(4.5%) 순으로 답했다. 81.9%가 금연이나 위해성 감소를 이유로 전자담배를 피운다고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25일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사람은 코티닌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현실적으로 전자담배 사용자 상당수는 중복 흡연자가 돼 오히려 건강상 더 좋지 않은 상태가 됨이 확인됐다”면서 “중복 흡연자 전환을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규제와 캠페인, 보건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복 흡연자는 담배 속 독성 물질에의 노출량과 횟수가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 궐련을 줄인 만큼 부족한 니코틴 보충을 위해 전자담배를 통해 더 많은 니코틴을 흡입하게 돼 니코틴 총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의존성은 더 심화된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홍준 교수는 “최근엔 궐련과 액상 전자담배,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를 같이 피우는 ‘삼중 흡연자(triple user)’도 늘고 있다”며서 “향후 ‘다품종 사용자(poly user)’가 국내 금연 정책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궐련, 가열담배와 달리 액상 전자담배는 영세 수입 업체가 대부분 취급해 정부도 국내 사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청소년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끈 액상 전자담배 ‘쥴’이 오는 5월 국내 시판을 예고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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