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도면이 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3D 모델 확인하고 작업

[연중기획] 한국 인더스트리 4.0 ④ 대우조선해양의 ‘쉽야드 4.0’

대우조선해양 현장 직원이 지난 7일 경남 거제에 위치한 옥포조선소의 E1 안벽에서 스마트폰 생산관리 앱을 통해 건조 공정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거제=최종학 선임기자

약 460만㎡(여의도의 1.5배) 크기의 조선소에서 한 조각의 철판을 찾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철판 10만 조각을 모아 조립해 정해진 날짜까지 배 한 척을 만들어내야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어느 업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조선소에서는 시간이 돈이다.

남쪽에선 조금씩 봄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던 지난 7일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100만t급 드라이독과 플로팅독, 해양플랜트를 지을 수 있는 헤비존(heavy zone·해양플랜트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바닥에 특수처리한 구역), 900t 골리앗 크레인 등을 갖춘 옥포조선소에선 매년 50~60척의 일반 상선과 10만t 규모의 해양구조물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수십 척의 다양한 배에 들어가는 자재와 작업에 필요한 기계, 배를 만드는 인력 등 모든 자원이 드넓은 작업장에 흩어져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작업장이 야외에 있기 때문에 자동차공장이나 반도체공장처럼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는 건 쉽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추진 중인 ‘십야드(Shipyard) 4.0’ 프로젝트는 이 같은 옥포조선소의 특성 때문에 시작됐다. 3만명에 달하는 인력이 각자 필요한 자재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어떻게 운반해야 하는지,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간단히 말하면 정확한 정보관리를 통해 작업과 작업 사이의 시간 공백, 인력 낭비를 없애 비용절감 등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이 활용된다.

현재 위치인 ‘E 안벽’에서 스마트폰으로 생산관리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자 조선소 지도가 화면에 펼쳐졌다. 지도 이곳저곳에서 지게차 모양의 아이콘이 나타났다. 빨간색은 작업 중, 초록색은 대기 중인 지게차다. 가장 가까운 곳에 초록색으로 표시된 ‘DAC5362’ 지게차를 클릭하자 지게차 운전사의 이름과 연락처가 나타났다. 사용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름 김준식(가명), 소속은 해양의장부, 연락처 010-XXXX-XXXX. 신청자 정보를 입력하고 ‘해양제작공장으로 자재 이동에 60분 사용 예정’이라는 작업 내용을 입력했다. ‘호출’ 버튼을 누르니 예약이 완료됐다.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듯 지게차를 부르고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조선소에선 작업과 작업 사이 지게차를 빨리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람의 힘으로 나를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앱에 접속하면 작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절단공장에서 절단된 철판에는 모두 QR코드가 부착되고 정보는 모두 전산화돼 있기 때문에 작업자는 앱을 통해 철판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철판을 조립한 블록에는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부착돼 정보와 위치가 데이터베이스화된다.

십야드 4.0 이전의 작업 모습과 비교하면 차이는 크다. 예전에는 납품된 자재 목록을 수기로 기록하고, 작업자는 자재가 어디 있는지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 지게차는 콜센터에 전화해 사용을 예약해야 하지만 수요가 몰릴 땐 연결이 되지 않아 대기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지기도 했다.

제작 전 설계작업도 달라졌다. 설계 담당자들은 항상 도면 뭉치를 가지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패드를 통해 배의 3D 모델을 확인하고 도면 없이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조선소에서 ‘무도면’ 작업이라는 건 획기적인 변화다. 현장 안전교육도 요즘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이뤄진다.

선주가 요청하는 다양한 기술적인 문의사항에 대해서는 인공지능(AI) 기반 선박영업지원 설계시스템이 과거 실적을 기반으로 적절한 해답을 찾아준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기존에는 답변 작성을 위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10만여건의 자료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해 많은 시간을 답변 자료 작성에 소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 허철은 NSC 추진부장
“십야드 4.0은 배 만드는 현장서 친환경·공유경제 가능케 할 것”



“조선업에 ICT 기술을 접목한 ‘십야드 4.0’은 친환경 작업과 공유경제가 모두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지난 7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NSC(New Shipbuilding Concept) 추진부를 이끌고 있는 허철은(48·사진) 부장을 만났다. NSC 추진부는 십야드 4.0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부서로, 전사적인 관점에서 첨단 조선소 구축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허 부장은 “조선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서고 있어 롤모델로 삼을 만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면서 “‘인더스트리 4.0’이 시작된 독일이나 정보의 디지털화가 활발한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에게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십야드 4.0에는 사물인터넷(IoT)이 아닌 ‘IoO(Internet of Organization)’ 개념이 도입됐다. 사물과 조직이 소통하는 방식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허 부장은 “사람이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고민한 결과물이 바로 십야드 4.0”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십 및 친환경 선박 건조 역시 십야드 4.0이 기반이 된다. 허 부장은 “IC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십은 자율주행차처럼 연료소비량, 운항거리 등을 최적화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무인운항이 가능해진다”면서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연료인 LNG를 적극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해 친환경성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 과정에서도 IoT를 활용한 야드 에너지 통합관리, 생산설비 최적관리 및 최소운행, 업무용 공유차량 도입 등을 통해 환경 친화적인 조선소를 만들 수 있다.

생산효율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허 부장은 “십야드 4.0 이후 생산 대기와 재작업, 잉여재 등이 크게 줄었고 몇 개월씩 납기가 지연되거나 수주 가격을 초과한 비용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제=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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