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백(snapback)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 혜택을 빠른 시일내에 철회하는 일종의 무역보복 조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자동차 분야에도 이 조항이 있다. 우리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미국 자동차의 판매 및 유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이 철폐키로 한 관세를 6개월 내에 다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에겐 대표적인 불평등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스냅백을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일부 대북제재를 해제하되 북한이 비핵화 조치 합의를 위반하면 즉시 제재를 복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밝혔다.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북한이 핵 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포함시킨다면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신축적인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반대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최 부상은 주장했다. 스냅백이 북한에 독소조항이 될 수도 있는데 최 부상이 이를 공개한 것은 수용 의사가 있다는 얘기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빅딜을,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며 대치하고 있다. 스냅백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여는 하나의 카드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함부로 쓸 카드는 아니다. 제재 해제로 북한에 대한 다국적기업 투자, 석탄·석유 등 금수품 교역, 북한 근로자 해외 파견 등이 일단 이뤄지면 나중에 제재를 복원하려 해도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제재 해제도 불가역적인 성격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핵화가 상당한 수준까지 진척될 때까지 핵심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 다만 언제든지 무효화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인도적 지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정도는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스냅백과 같은 의미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설령 (대북)제재를 완화해도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냅백을 적용하든 안 하든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다. 의미 있는 수준의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어떤 절충안도 의미가 없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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